이토록 도발적인 고백의 서사

- [독립출판서평가 김뭉치의 주간 독립출판 티저] 『일간 이슬아 수필집』

by 김뭉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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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독립출판 서평가. 잡지가 좋아 지금은 출판전문지 <기획회의>를 만들고 있습니다. 매주 한 권의 독립출판물을 사고, 읽고, 쓰려고 합니다. 김뭉치의 Weekly Book Review는 매주 목요일 출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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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양장에 527쪽의 두툼한 이 책은, 그 물성만큼 무겁지는 않다. 그렇다고 가볍지만도 않은 게 이 수필집에는 여러 사람의 생(生)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각자의 생의 무게가 작가나 독자를 짓누르진 않는 듯하다. 오히려 글의 맛은 산뜻함에 더 가깝다. 무엇보다 이슬아 작가는 문장을 잘 쓴다. 때로는 다정하고 때로는 정갈한 문장들은 자유스러운 소재와 만나 매력이 배가된다. 게다가 이 책에는 작가의 젊음이 오롯이 담겨 있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눈이 부실 정도다. 우아하고, 강단 있다. 어떤 이의 젊음은 그 시절을 통과한 사람에게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무엇으로 다가오기도 하는데, 이 책의 문장들이 내겐 그러해서 나는 읽는 내내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 개인적으로 『일간 이슬아 수필집』이 어떤 책인지 단 한 편의 글로 판단하고 싶다면, 아홉 번째 글 「외박 (上)」을 추천한다. 많이 춥던 겨울밤, 이 작가는 옥인동의 어느 빌라에 간다. 남자친구의 집이다. 운동화를 벗으며 괜히 실례하겠다고 말하는 그. 쪼그려 앉아 바닥을 만져보곤 말한다. "전세야, 매매야?" 작가는 "어쨌든 돈은 너무 좋다고 생각하며 걔네 집 거실에 벌러덩 누워"본다. 그러면서 "내가 얼마나 속물인지 걔가 알까 궁금했다. 숨겨지지도 않고 숨길 생각도 없으니 이왕이면 빨리 알았으면 했다"고 쓴다. 그리고는 "집도 넓고 둘 밖에 없는 김에" "그냥 알몸으로 거실에 나"간다. "앞으로 종종 보게 될" 테니 '걔'가 "이왕이면 빨리 익숙해"지길 바라며.



- 책장을 팔락팔락 넘기다 이 작가를 몹시 만나고 싶었던 것은 그가 굉장히 용기 있는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토록 솔직하게, 이토록 도발적인 고백의 서사를 펼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목소리를 가지고 어떻게 말하는 걸까. “매일 용기를 내서 썼다”는 문장으로 단단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 작가는.



- 자,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독립출판'이란 무엇인가. 4쇄를 사서 읽고 이 글을 쓰는 동안 이슬아 작가는 1인출판사 헤엄을 차리고 일반서점에서 6쇄부터 판매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간 이슬아 수필집』은 '독립출판'이 아닌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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