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편은 남자화장실의 풍경에 대해 얘기해줬다. 그곳에는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고 한다. 사회가 남자들의 눈물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일까. 나는 살면서 아빠의 눈물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최근, 아빠의 눈물에 대해 전해 들은 적이 있다.
아빠가 친구와 함께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어쩐 일인지 "엄마가 있었으면…" 하고 흐느껴 울었다는 거다. 친구분이 깜짝 놀라 "어머니가 멀쩡히 살아 계신데 무슨 엄마 타령이야?" 하고 물었다고 한다. 아빠는 눈물을 훔치며 "우리 어머니 말고 최정숙…"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고선 민망했는지 당신은 자야겠다며 친구분더러 집에 가라고 했단다.
이런 아빠의 모습을 내가 안다는 걸 알면 가까스로 버텨왔던 아빠의 삶이 무너질까 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전해준 사람도 나와 같은 마음이어서 웃음 뒤에 물기가 어린 목소리였다.
어느 날 동생이 퇴근해 돌아오니 아빠가 아쉬워하며 동생을 맞았다고 한다.
"한참 최 여사가 꿈에 나오던 참인데… 꿈 다 깼다" 했단다.
무슨 꿈을 꿨냐고 물으니 엄마가 금빛 옷을 입고 금빛 관을 쓰고 하늘로 오르는 광경을 보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천국에 간 모양이라고,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는 모양이라고 아빠는 말했다.
아빠는 매일 엄마 생각을 한다. 어떤 이는 생각하면 가슴 아프니 이제 그만 생각하라 한다. 엄마의 사진도 더 이상 보지 말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엄마를 기억하고 싶다. 우리가 아플 걸 생각해 엄마를 기억하는 걸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아빠도 그런 걸까. 아빠는 통화를 할 때면 늘 엄마 얘기를 하곤 한다. 최 여사는 청소를 이렇게 했고, 최 여사는 밥을 저렇게 지었고, 최 여사가 미역을 베란다 어디에 뒀다고 한다. 32년간 엄마가 차린 밥을 먹어서 이제는 할머니가 한 요리는 잘 먹지 못한다는 사람이 우리 아빠였다. 밖에서 먹을 수 있는 산해진미도 마다하고 아빠는 꼭 집에 돌아와 최 여사표 밥을 찾으며 엄마를 고생시켰다.
이제 아빠는 스스로 밥을 짓는다.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면서 어쩌면 매일매일 아빠는 엄마를 추억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집 거실 벽에는, 여전히 엄마의 영정사진이 걸려 있다. 최 여사는 우리를, 굽어살피고 있다. 금빛 옷을 입은 천사는 우리 마음 속에 살고 있다. 우리는 그 천사를 보내지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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