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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민진 Oct 22. 2022

차밭과 갯벌

드로잉- 보성

1

보성읍 봉산리 기슭

걷는 이들이 차밭으로 흩어진다.

낮게 모여 이루는

나무의 물결이 푸르게 다.

봇재 선반에 나란한 차

'처음 딴 차'가 모습을 보인다.

이른 봄볕 맞은 어린잎

덖고 덖여 안으로 오그려

맑은 빛과 바람으로 피어난다.


2

득량면 벽화를 지난다.

평상에 몇몇 모여 앉고

이발관 미장원 오랜 거리

세간살이 가득한 집도

손길 끊긴 집도 흔적을 쌓는다.


3

벌교읍이 <태백산맥>을 펼친다.*

소화다리 넘어 들판으로

반란군 지나고 토벌대 지나고

엎고 뒤엎으며 주검이 갯가를 덮었다.

남도여관에서 벌교역으로

남초등에서 북초등학교로

지난 시대는 일상의 거리로 흘러

깊은 상처를 드러낸다.


보성길은 푸르고 슬프다.


*<태백산맥> 조정래 지음, 해냄출판사




(보성 차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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