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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연대표

드로잉- 나주

by 최민진

1

한 걸음 천천히

삼국에서 고려와 조선으로

일제강점에서 광복으로 딛는다.

문 닫힌 나주역사 나란히

학생독립운동기념관이 섰다.


통학열차가 멈추고 개찰구 나오는 학생들

한일 학생들이 부딪쳤다.

나주역 댕기머리 사건의 항거는*

광주에서 목포로

평양과 함흥으로

독립의 외침으로 퍼져갔다.

역사 한 줌 얻고

불려 기억될 이름들을 지난다.


2

강이 들을 흐르고

바다가 밀려들던 영산포

고깃배 소금배 들고

세곡과 옹기와 젓갈도 쌓이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물길로 철길로

나주평야 쌀이 실려 나가고

일본을 옮겨 놓은 듯

상점과 거리가 들어섰다.

수탈로 얼룩졌다.


하구둑이 서며

영산포는 바다가 들지 않는다.

나루터에 흰 등대가 남아

근대의 상흔을 전한다.

가겟집들의 거리로 걷는다.


*1929. 10. 30. 나주역

11. 3 광주학생독립운동 진원지




(구 나주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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