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와 시대의 관계에 대하여
≪90년생이 온다≫를 읽으신 독자님들이 가장 많은 공감을 하신 책 속의 문장은 아마도 “바뀐 것은 세대가 아니다 시대다”라는 문장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책 안에서 분명히 밝혔듯이 이 말은 제가 한 말이 아니라, 이는 예전 판사직을 역임하셨던 문유석 작가님께서 쓰신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담겼던 내용을 제가 단지 제 책에 인용했던 것입니다.
전 단지 나중에 언론 인터뷰나 대담 등에서 이것 명문장을 변형하여, '시대' 대신 '세상'이란 단어를 써서 “바뀐 것은 세대가 아니라 세상이다” 라고 드립을 쳤을 뿐입니다. 말하자면, 저는 짭이고 문유석 작가님이 찐인 셈이죠 : )
사실 ‘세대가 아니라 시대가 바뀌였다’라는 말은 당시 우리사회에 꽤 큰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많은 수의 기성세대가 “지금의 세대는 참 이상하고 별난 세대다”라는 것은 기존 전재로 달고, 그들의 말과 행동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모든 시대적 문제를 ‘세대 문제’로 변환시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요즘 것들이란..쯧쯧쯧” 혹은 “외계인과 같은 세대 어떻게 달라진 걸까요?”와 같은 접근 말입니다.
이와 같은 인식들이 꼭 과거에만 존재했던 헤프닝이 아니라는 것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전히 강연 현장을 나가보면, 젊은 세대를 마치 “외계인”으로 생각하는 기존의 관점을 마주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2019년 이후는 ‘MZ세대'라는 단어가 이 현상을 가중시키는데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가령, <꼰대세대 vs. MZ세대>의 대결적 구도와 같이 말이죠. (*MZ세대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다음 기회에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90년생이 온다>의 집필을 시작하면서, ‘지금의 신세대의 생각과 행동이 괴상하고 문제가 있다’라는 관점을 가지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기존 세대의 입장에서 위화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것은 그들만의 별난 특성이 아니라, 현재의 시대와 세상을 반영하는 관점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 책에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를 <90년대생>의 세 가지 특징이라고 적었지만, ‘시대가 바뀐 것’을 전제로 생각 해보면, 이것은 꼭 90년대생들에게 대한 특징이 아니라, 지금의 세상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특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지, 같은 특성을 보이는 와중에서 이들만의 다른 점을 중점적으로 서술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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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 5년 동안 관련해서 중앙 정부와 기업체 강연을 다니고, 청년 세대와 기성 세대님들을 계속 만나면서 변화한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단지 ‘세대가 아니라 시대가 변한 것‘이라는 기존의 믿음과 관련한 것 입니다.
그것은 “시대가 바뀐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세대가 바뀌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시대는 세대를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시대의 변화에 가장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가장 빨리 그에 맞춰 적응을 하는 것도 바로 그들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여러 경험에서 배운 것은 이 ‘사실’을 굳이 계속해서 부정할 필요는 없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세대는 다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갑니다. 이 둘은 지금도 계속해서 상호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보고 느끼고 있는 지금은 지금의 세대들이 영향을 미치고 만들어낸 세상 이기도 합니다. 이 둘의 관계를 따로 떨어진 것은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개체로 생각하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즉,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시대를 보여주는 거울인 지금의 세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반대로 지금 세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지금의 시대를 보는 것이 되겠지요,
그래서 저는 ≪2000년생이 온다≫에서는 이러한 생각을 반영하여, 기존보다 더 솔직하게 “2000년대에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젊은 세대”가 어떤 특징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서술하는데 집중하고자 합니다. ‘세대의 특성을 몇 개로 일반화 할 수는 없는 일이다’라고 비판을 받는 것이 예상되지만, 욕을 먹는 일 자체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욕을 먹더라도 그 욕을 제대로 먹고자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정면돌파하여, 다음 [3화]에서는 과연 "과연 특정 세대를 일반화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저 나름의 답을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