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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집왕 Nov 28. 2022

[3화] 감히 우리를 정의하려 해?

특정 세대를 ‘일반화’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불가능한 일인가?

이번 3화에서는 '세대를 일반화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20세기 말 우리 사회를 흔들었던 X세대 선배님들의 대한 내용으로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뉴스 한 번 나왔다가, 영원히 고통받으시는 X세대 누님 (유튜브 일사에프 채널)
기자님: 남의 시선은 느끼지 않습니까?
누님: 아뇨.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 제가 입고 싶은 대로 입고요.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조크든요.


세기말 X세대 개성과 감성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분이시죠? 얼마 전에는 tvN <유퀴즈>에서 유재석씨가 이 '묘령의 X세대 그녀'를 간곡히 찾으시기도 하시던데, 단 한 번 뉴스 인터뷰에 응했다가 수십 년 넘게 고통을 받으시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기도 합니다.


경향신문 1995년 1월 29일자 기사 -  ‘얼굴만 빼놓곤 톡톡 튀는 X세대’

20세기만 주요 언론에서 다뤄지는 <X세대>의 주요한 특징은 보통 다음 세 가지 정도로 요약이 되는 것 같습니다. (①기존 사고의 틀을 거부하고 ②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지며 ③톡톡 튀는 개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 사회는 이러한 특성을 가졌다고 보는 세대를 이름을 X세대라는 이름으로 부른 걸까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질문을 바꿔보면, <X세대>의 X는 무슨 의미일까요?


제가 간단하게, 객관식 문항을 아래와 같이 만들어 보았습니다. 한 번 재미로 문제를 풀어보시죠^^

과연 한 물간 세대라는 뜻일까요? 아니면 돌연변이라는 의미일까요? X-Mas와 같이 헬라어의 앞글자인 X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지극히 한국식으로 따지면, 욕설을 의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팩트를 따져보면 'X세대'라는 명칭은 1991년 캐나다 출신의 작가 더글러스 코플랜드(Douglas Coupland)의 소설 ≪X세대 Generation X≫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1960년대에 태어난 3명의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삶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고 방향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답답하고 단조로운 고향 생활에서 벗어나 캘리포니아주의 외진 사막으로 탈출하여 구속의 끈을 풀어 던져버리고 좌절과 번민에 대해 밤낮없이 토론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출판 당시만 해도 주목받지 못했던 이 소설에 관심을 보인 것은 바로 미국의 기업들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소비재 마케팅 담당자들은 베이비붐 세대 이후의 세대에게 기존의 판매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자 이들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아무리 연구를 해보다오 이들의 세대를 딱히 하나로 규정할 수 없고, 이들의 특징 또한 제대로 파악하지 어려워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에, 이 소설 ≪X세대≫가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죠. 그래서 이들은 X라는 단어를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다는 미지수의 x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세대를 지칭하는 것으로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즉, X세대의 X는 <4번>과 같이 '알 수 없다'라는 의미로 사용이 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작명 방식으로 생겨난 것으로는 엑스레이(X-ray)가 있습니다. 1895년 빌헬름 뢴트겐이 새로운 방사선을 발견했는데, 도저히 그 정체를 알 수가 없어서 미지수인 x를 넣어서 이름을 X-ray라고 붙였기 때문이죠.


이렇게 이미 21세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새롭게 등장하는 세대의 특징을 하나의 단어로 특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저는 위와 같은 이유로, 전작인 ≪90년생이 온다≫에서부터 이 부분을 먼저 분명하게 밝히고 시작했습니다. 90년대생들이 1990년에서 1999년 사이에 출생한 '동시 출생 집단'이라고 할지라도 이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파악하는 일을 쉽지 않다고 말이죠 (p.81)


하지만 공통적인 특징을 파악하여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 반드시 "일반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개인이 보이는 특수성도 감안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부분이지만, 모든 사안을 개인의 특수성으로만 이해하려 든다면 오히려 사회적인 현상을 분석하는 시도 자체가 불가능할 것 입니다.


젊은 세대 중에 적지 않은 분들이 "감히 개성이 각기 다른 우리 세대를 일반화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다"라며 생각으로 분통을 터트리셨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따져보면 '특정 세대를 일반화할 수 없다'라는 말 자체도 일종의 일반화에 해당합니다. 결국 일반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단정 짓기보다, 과연 그 일반화가 성급한지, 부당한지를 따져보는 것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1878년에 발표한 안나 카레니나(Анна Каренина)에 나오는 가장 유명한 아래의 문장을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Все счастливые семьи похожи друг на друга, каждая несчастливая семья несчастлива по-своему)

저는 앞으로 우리 사회에 전면에 등장할 새로운 세대, 즉 <2000년대생> 분들의 특성은 이와는 정반대라고 감히 예상합니다. 새로운 세대의 행복의 이유는 모두 다르지만, 그와 반대로 비슷한 이유로 불행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여기서 행복의 이유가 다른 이유는 이들의 취향이 각기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령, 20여 년 전 많은 시청자들이 공통적으로 mbc <무한도전> 선호한 것에 반해, 지금은 상대적으로 모두가 선호하는 유튜브 채널이 각기 다르듯이 말이죠. 만약, 이러한 선호도로만 따져본다면 새로운 세대를 일반화하여 분석하는 시도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과 같이, 모두의 취향과 개성이 다른 세대라고 할지라도, 모두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불쾌함을 얻을 수 있는 비슷한 사례들, 신 자유주의 안에서 자본이 부족하여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상황, 그리고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행복한 주변인'들 때문에 나의 기준이 덩달이 높아져버린 불편한 상황들과 같은 것들 말이죠. 저는 이러한 상황들에 있어서는 충분한 고민을 거친다면 일반화의 기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비판을 받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비판이 두려워서 새로운 시도를 꺼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욕을 먹더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자 합니다 : ) 만약 부족한 점이 있으면 고치고, 더 제대로 찾아보는 노력을 하면 되는 것이겠죠. 그러한 의미에서 이러한 사전 연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제든 편하게 비판해주시길 바랍니다^^


아. 이번 주도 분량을 좀 짧게 쓰려고 했는데, 길어져버렸네요. 다음 주에는 다 적당한 길이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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