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요가일기

다리를 찢어보자!

2주 차 몸 사용기

by 김현임

어느 것 하나 내뜻대로 되는 게 하나 없는 세상에서, 내 몸만큼은 내뜻대로 개선해나갈 수 있다는 믿음, 이 올곧은 믿음을 준 요가. 이제 이주 차에 접어들었다. 하루 3회씩(1회 60분 소요) 일주일 동안 모든 수업의 사이클을 돌고 나니 수업마다 어떤 자극이 있는지, 강사분들의 요가 스타일은 어떤지 파악할 수 있었다. 목(거북목)과 척추(척추측만증), 그리고 골반(생리통)이 좋지 않아 평소에 꾸준히 스트레칭을 해 온 덕분에 유연함을 요하는 동작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극점을 더 늘리고 유연함에 정확성을 더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주는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코치해주는 강사분들 수업에 조금 더 집중해 수련해나가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주에는 다리를 앞뒤, 양옆으로 찢었다. 수직으로 찢은 다리 중 뒷다리를 반으로 접었(혔)고, 양 옆으로 찢은 다리의 발끝을 양 손으로 붙들고 가슴과 턱이 바닥에 닿을 때까지 반으로 접었(혔)다. 오, 그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란. 꾸준히 해 온 스트레칭 덕분에 함께하는 수강생 중에서는 꽤 유연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다리를 수월하게 찢을 만큼 ‘여유’가 있지는 않았는데 이 부분이 강사님의 의욕을 자극했던 것 같다. 어느 정도 견딜만한 자극점을 느끼면서 호흡에 집중하는 나의 등 뒤로 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회원님은 더 하실 수 있어요.” 그 서늘하게 달콤한 목소리. 그리고 뒤이어 느껴지는 색다른 고통! 앞뒤로 찢은 내 다리가, 그중에서도 뒷다리가 반으로 접혀 발바닥이 등에 닿아 가고 있었다. “선생ㄴ..아파효..” 내 몸이 그런 모습을 할 수 있는지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었는데, 가능했다! 앞 벅지 근육이 끊어질 것 같은 이 고통은 언제쯤 견딜만한 자극점이 될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해진 때에도 다시 한번 내가 상상하지 못한 가동범위가 있겠지, 그때가 되면 또다시 ‘회원님은 더 하실 수 있는’ 게 있겠지(놀라운 인체의 신비, 놀라운 요가의 세계!). 겨우 이주 차를 마무리하면서 언감생심 요가 장인을 꿈꾼다.


이주 차에 아주 또렷이(찢으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요가의 반은 ‘호흡’이라는 거다. 호흡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 아무리 뻣뻣한 사람이라도 동작 중 호흡을 의식적으로 신경 쓴다면 최소한 그 동작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고통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호흡에 신경을 쓰다 보면 고통에 집중된 의식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 그렇게 그 자세를 버티고, 유지하고, 늘려 가다 보면 안 되던 자세가 되는 경지에 이른다.


호흡이 뭐가 어렵다고? 평생 해온 게 숨 쉬는 일인데, 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명상만 해도 다리의 위치에서부터 아랫 허리와 정수리, 어깨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만큼 요가 자세 역시 한 자세를 유지하는 동안신경 써줘야 하는 부위가 여러 군데 있어, 동작을 따라 하는 동안, 그리고 동작의 난이도가 높을수록 나도 모르게 호흡을 참게 되는 순간이 여럿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흡을 의식하며 끊김 없도록 계속해서 유지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내 경우엔 코로 숨을 가능한 오랫동안들이마신 후 입으로 길게 ‘후-’ 내뱉는 소리를 내(또는 ‘흠-’하고 길게 내뱉는듯한 숨소리로) 의식적인 호흡을 유지한다.



Ps. 오늘은 마무리 명상 중 뜨겁게 울었다. 뭘 맨날 우나, 눈물도 헤프다. 이유 없는 눈물이야 있겠냐마는 오늘은 유독 요가에 열중한 스스로가 기특했다. 그렇게 뜨겁게 나 자신이 기특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 한 시간 내내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 없이 조금 더, 조금 더 늘이고 바들바들 떨며 유지하고 땀을 뻘뻘 흘려가며 해내 보겠다고 열중했던 나 자신이 대견하고 좋았다. 시각정보에 의존해 일을 하고, 시각정보로 삶을 욕망하는 요즘, 이렇게 말 그대로 몸을 쓰는 일이 전하는 직접적인 경험은 온 마음에 즉각적으로 전달된다. 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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