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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혜윤 Jul 04. 2018

내가 9일 만에 책을 쓸 수 있었던 이유

siso ·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 정혜윤 지음


'누구나 3개월 만에 책을 쓸 수 있다.’

‘우리는 2개월 만에 책 한 권을 쓸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준다.’


글을 쓰고 책을 쓰는 데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런 광고 문구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사실 2개월이니 3개월이니 하는 기간은 강의의 커리큘럼이 진행되는 기간에 불과할 뿐, 그 수업을 듣는다고 해서 누구나 3개월 만에 책을 써 내지는 못한다. 


책을 쓰는 기간은
작가가 가진 사고의 능력과
수업을 받아들이는 흡수력,
개인의 성향과 스타일, 독서력,
행동력 등에 따라 다르다.


책 쓰기 수업에서 ‘기간’을 강조하는 이유는 작가가 수업은 수업대로 듣고 나중에 혼자서 글을 쓰려고 하면 스스로 동기부여하기도 힘들고, 자꾸만 미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강의가 진행되고 일명 글쓰기 코치가 따라 붙어 있는 기간 안에 작가가 원고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업체에게도 작가에게도 가장 효율적이다.


나 역시 잠깐 책 쓰기 집필 코치로 활동하면서 여러 케이스의 예비 작가들을 만났다. 그들이 가진 고민과 걱정, 불안 중에 가장 큰 것이 바로 ‘책을 쓰는 시간을 내는 일’이다. 


보통 직장생활을 하며 혹은 자신이 사업체를 운영하며 책을 쓰려는 경우가 많은데 피곤한 몸을 부여잡고 아침 새벽 시간이나 늦은 밤 시간을 투자하여 책을 쓴다는 건 사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책을 써야 하는 간절함이 있거나 절박함이 있지 않다면 말이다. 


siso ·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 정혜윤 지음


나는 평소에 원고 작업 관련해서 일이 많은 편이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시간은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내가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은 물불 가리지 않고 무조건 해 보는 스타일이라 늘 시간 부족에 시달린다. 한마디로 일 욕심이 하늘을 찔러서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 스타일이랄까. 


내가 출판사를 시작한 것도 아이를 낳고 나서 2년 후쯤이었고, 출판사를 하면서도 집필 강의 의뢰, 외주 편집 의뢰 등을 웬만하면 거절하지 않고 다 해내는 편이다. 


모든 일에 마감이라는 게 정해져 있다 보니 아이가 아침에 깨어나기 전, 잠든 후, 유치원에 가 있는 시간, 누군가 잠깐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 등을 깨알같이 활용해서 원고를 수정하고, 출간할 책을 만들고, 집필을 하고, 출판사에서 요청하는 일들을 처리한다. 


심지어 외출 준비를 하는 잠깐 사이에도 내가 먼저 준비를 마치면 다른 가족들이 준비를 하는 사이에 틈새 업무를 처리한다. 휴일에는 대부분 아이를 돌보지만 이른 새벽 시간이나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작업을 한다. 


siso ·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 정혜윤 지음


나도 사람인지라 시간을 그렇게 쪼개 쓰는 것이 피곤하고 힘들다. 늦게까지 잠도 마음껏 자고 싶고 자유 시간도 가지고 싶지만 일에 있어서 성취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보니 나름대로의 절박함과 긴장감이 있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 


책 한 권을 쓰는 데
정해진 기간이라는 건 없다.
다만 한없이 늘어져서는 안 된다. 


기간을 정해두고 가능한 한 그 기간 안에 끝내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나는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생각이 많은 편이다. 꼭 일 생각이 아니더라도 주변을 관찰하고 생각하는 걸 즐긴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쓸 때 평소 생각해봤던 것들이 많이 튀어나오는 편이다. 


이 책 역시 몇 년 동안 머릿속에서만 생각하던 것들을 하나씩 꺼내는 중이라 한 꼭지를 쓰는 데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생각은 오래, 집필은 짧게’가
내가 가진 스타일인 것 같다. 


한번은 책 한 권 분량인 800매의 원고를 9일 만에 쓴 적도 있다. 대필 의뢰로 쓰게 된 워킹맘의 이야기였는데 같은 입장이다 보니 술술 써졌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대충 썼다거나, 작가의 이야기가 충분히 들어가지 않았다거나, 내용이 부실하냐면 그렇지도 않다. 출판사와 작가도 만족스러워 했고, 작년 봄에 출간되었는데 지금까지도 잘 팔리고 있는 걸 보면 독자의 반응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동안 많은 작업을 하며 나름대로 훈련된 기술이 있었고, 평상시에 나도 생각해봤던 것들이었기 때문에 이처럼 단기간에 집필이 가능했다. 


분명 작가마다 더 편한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방법들은 글을 써봐야 알 수 있고, 늘어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왕에 글을 쓰기로 했다면 반드시 끝을 내보라는 것이다.



@북에디터_정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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