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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혜윤 Jun 27. 2018

작가는 콘텐츠 기획자다.

궁금하지만 물어볼 수 없었던 작가과 출판에 대한 이야기

siso ·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 정혜윤 지음


작년 한 해 동안 우연한 기회로 예비 작가들을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다들 하나같이 ‘지금의 삶을 바꾸고 싶다, 퇴사하고 싶다,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안고 글을 쓰고 계시는 분들이었다. 


그런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내 마음에 왠지 모를 허전함과 궁금증이 동시에 일었다. 


책을 쓰면 지금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걸까?

책을 내면 당장 퇴사할 수 있는 걸까?

책을 쓰면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있는 걸까?


정말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책을 써서 작가가 되면 인세를 많이 받아서 지금의 직장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작가라는 타이틀로 유명해져서 삶이 기적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아닐 수도 있다.


siso ·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 정혜윤 지음


몇 달 전에 한 20대 청년으로부터 원고를 하나 받은 적이 있다. 그 원고에는 어렸을 때부터 현재까지 자신이 겪어왔던 가정사, 사회 경험 이야기 등 원고지 약 600매 정도의 글이 적혀 있었다. 


원고를 보내오며 그 청년은 ‘이 원고를 책으로 내려고 하는데 글이 좀 서투니 전체적으로 윤문을 해달라’는 주문을 했다. 


며칠에 걸쳐 원고를 찬찬히 읽으며 부자연스러운 부분들을 손봐서 보내주었더니 출판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있는데 물어볼 데가 없다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대략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작가가 되고 싶어서 글을 썼는데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몰라서 자신이 태어나 지금까지 겪었던 일을 원고로 만들었고, 작가가 되고 싶은데 작가는 돈을 별로 못 벌 것 같아서 계속 작가의 꿈을 꿔도 될지 어떨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이 청년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20~30대의 예비 작가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처음으로
‘왜 작가가 되고 싶은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이 청년의 경우에는 어느 날 새벽, SNS에 올라온 짧은 글을 보고 너무나 공감이 되어 ‘짧은 글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라는 이유에서 작가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고 했다.


또 누군가에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어떤 이유이든 자신이 계속해서 스스로 동기 부여할 수 있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그 어떤 헛소리에도 자기 자신을 지키며 글을 써야 할 이유 하나쯤은 찾았으면 좋겠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글을 써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무슨 글을 써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게 당연하다. 


그게 바로 작가가 해야 할 일이다. ‘무슨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주고, 재미와 감동을 전해 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나 주변을 관찰하면서 얻은 통찰력으로 독자가 무언가 얻어갈 수 있는 글을 써서 발표하는 것 말이다. 


사실 자신의 삶을 쭉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매력적인 콘텐츠라 볼 수 없고, 독자에게 어필할 수도 없다. 좀 더 깊은 생각이 필요하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기존에 나와 있는 다른 책들은 무엇을 콘셉트로 내세웠는지 관찰하고 분석해보는 것도 좋다. 


책은 또 하나의 콘텐츠다. 그리고 항상 ‘그 콘텐츠를 왜 내가 만들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그것을 스스로 해결해가는 글을 써야 한다.


siso ·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 정혜윤 지음


누군가는 작가가 되면 돈을 많이 번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고 말한다. 어느 쪽이 맞는 말일까? 


인생은 단순히 ‘책을 쓰면 혹은 책을 내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이 책을 간절한 마음으로 쓰고 있으며 이 책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고 싶은지’를 머릿속에 명확히 그리는 사람에게 다른 길을 펼쳐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책을 쓴 이후의 삶 역시
본인이 하기 나름에 따라
바뀔 수도,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인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행동이 따라야 하지만 ‘책 한 권을 썼다’는 그 행위 자체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고민과 성찰이 담긴 글을 진심을 다해 쓰는 것, 책이 나온 후 내가 한 말을 몸소 지켜가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 책을 통해 다른 인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17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알려진 『언어의 온도』 이기주 작가의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여섯 번의 실패 후에 달성한 성취이며 캐리어 한 가득 책을 넣고 시골 서점까지 가서 홍보했다"는 그의 말이 그저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포장하기에는 꽤나 무겁게 느껴진다. 


그는 누구보다 절박함이 있었고, 여섯 번의 실패를 통해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스스로 사색하며 고민했을 것이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그 과정을 대하는 그의 태도, 책이 출간된 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한 그 행동이 ‘베스트셀러 작가’를 만든 것은 아닐까. 



@북에디터_정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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