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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 May 10. 2024

불안도 전염되나요?

내 아이가 이상해

불안도 과연 전염될까?


나는 그렇다고 본다. 특히 엄마와 아이처럼 감정의 교류를 깊이 할수록 더욱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불안이 커질수록 아이의 상태가 걱정됐다. 안타깝게도 나를 닮아 예민하고 섬세한 나의 아들은 내 불안을 고스란히 흡수했다.


공황과 불안을 감추기 위해 선택한 외부와의 단절은 아이의 사회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이는 그렇게 좋아하던 축구장에 사람이 많으면 가질 못했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틱 증상이 눈에 띄게 심해졌다.


하루는 학교에 가는 데 다리를 절었다.


"아들, 왜 다리 아파?"

"응 엄마 나 다리가 너무 아파서 못 걷겠어"


다리가 아프다는 아이는 학교에 갑자기 안 가겠다고 펑펑 울었다. 학교 앞에서 겨우 달래서 들어가는 데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뛰어 들어갔다. 다리를 저는 증상은 종종 나타났다. 주로 학교에 가기 싫은 날이나 학원에 가기 싫은 날이었다. 심리적인 문제라고 생각은 했지만 다리가 너무 아프다기에 일단 정형외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아이의 다리를 만져보더니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오히려 아이의 틱 증상 등을 주시하셨다.


"어머니, 다리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 데 일단 사진은 한 번 찍어보죠. 다리가 다쳤다면 외상이 있거나 지속적인 통증이 있었을 텐데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아요."


역시나 의사 선생님 말대로 아이 다리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어머니, 아이 틱증상이 심한 데 병원은 가보셨나요? 다리가 정상인 데 아프다고 하는 것도 그렇고 다른 쪽으로 진료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예상했던 상황이었지만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게다가 병원에서 나의 불안증세가 심해져 나는 안절부절했다. 안 되겠다 싶어 그대로 나는 아이 손을 꼭 잡고 집 근처 정신의학과로 향했다. 이 지경까지 됐는데 더 이상 나와 아이의 불안을 방치할 수 없었다. 건강하지 않은 나로 인해 아이마저 망쳐버린 것 같아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래 정신과가 뭐라고. 가보지 뭐.'


이 마음을 먹는 데 까지 참 오래 걸렸다. 다리가 아파도 감기가 걸려도 병원에 가서 약을 타먹는 데 나는 뭐가 그리 어려웠을까. 정신과는 속된 말로 미친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라는 말도 안 되는 선입견이 날 가두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이 표현이 매우 편협하고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과거형이니 혹시나 이 표현이 상처가 안되길 바란다. 지금은 나 역시도 정신의학과 환자이니까 말이다.)


나는 오래 묵힌 내 불안과 공황증상, 그리고 내 불안이 옮겨 간 아이를 고치기 위해 정신의학과 문턱을 드디어 넘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잘 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괜히 정신의학과가 있고 전문의가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스스로 해결 못할 상황이면 전문가의 도움을 꼭 받아야 한다. 그래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지금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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