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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 Jan 03. 2022

술 이야기 ; 津 Gin

1월 3일

나와 영빈은 '술'로 만나 오늘도 '술'로 산다.


술이 식비 지분의 반을 차지한다는 말 앞에 '거짓말 조금 보태서'와 '적어도' 중에서 고민이 될 만큼 우리는 '술'에 관해서는 같은 사람이 된다.


나는 영빈의 충동소비 중에서 '술'만큼은 너그러워지고

영빈은 '술'에서는 새로운 음식에 가지는 거부감이 사그라진다.  

항상 하는 생각인데, 이렇게 서론이 길어지면 '다 지우고 바로 본론을 쓸까'하는 마음이 든다. 오늘은 영빈이 좋아하는 시경이 형이 위스키 한 잔 하고 부르는 [두 사람]을 들으며 쓰는 글이라서 그냥 두기로 한다.


하고 싶은 말은, 몇 달 전에 발견해서 꾸준히 마시고 있는 순하리 레몬津(진) 이야기다. 

음료 냉장고에서 유광 파랑으로 반짝이는 캔을 발견하고 가까이 가봤더니 가장 작게 쓰인 '진'이라는 글자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진이라고 하니 자연스럽게 Gin이 떠올랐고 소주와 토닉에 레몬향이 첨가된 어떤 맛을 생각을 하니까 침이 고여 카트에 담았다. 기분 좋게 청량한 소리로 캔을 따고 컵을 채웠는데 거품이 없었다. 역시 맥주는 아니었군 하며 한 모금 마시니 딱 상상했던 그 맛이었다. 


영화 <스타 이즈 본>의 원작인 <스타 탄생>의 각본을 쓴 도로시 파커는 인생의 중요한 세 가지 중에 하나로 Gin을 꼽았다. 작가의 이름을 딴 Gin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성공한 술꾼이다. 


津(진)은 어떤 단어일까 몹시 궁금해졌다. Gin은 무색의 투명하고 도수가 40도 정도로 높은 증류주로 특히 레몬이나 라임과 어울리긴 하지만 한자에 그런 뜻이 있는 걸까. 증류 진, 순수할 진, 술 진 등을 상상해봤다. 검색 결과는 나루 진. 다른 뜻으로는 강기슭, 진액, 넘치다... 이 중에 어떤 의미로 쓴 건지 감도 안 오는 건 내 부족한 상상력 때문인 걸까 하며 당황하는 와중에 눈에 띈 레몬津. 그냥 레몬진액이라는 뜻이 었다니 조금 실망하고 남은 술을 단숨에 들이 삼켰다. 


4.5%는 평일용이고 7%는 주말용으로 구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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