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8월 독서모임 책은 영빈이 정했다. 주제는 죽음에 관한 것으로 평소 영빈의 관심사이다.
죽음이 불편한 주제는 아니지만 내게 죽음은 멀게만 느껴진다. 와닿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책[사랑하는 사람과 저녁 식탁에서 죽음을 이야기합시다]의 두께를 보고 '죽음에 관해할 이야기가 이렇게 많을까?' 싶었다.
책은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친절하고 자세하게 시작했다. 왜 죽음에 관한 미리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 어떤 사람과 나누면 좋은지 시작부터 방법까지. 서론이 끝나면 22가지 질문이 나온다. 그중 '당신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면 얼마나 늘리고 싶은가요? 20년? 50년? 100년? 영원히?', '유산이 어떻게 쓰이길 바라시나요?' 이 두 가지가 흥미로웠다.
16. 당신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면 얼마나 늘리고 싶은가요? 20년? 50년? 100년? 영원히?
나의 대답은 안, 밖으로 늙거나 고장 나지 않고 영원히. 이유를 생각해봤다. 내 죽음을 생각했을 때 제일 무서운 것이 '기억'이었다. 나의 유일하고 소중한 '기억'이 사라진다니 너무 두렵다. 영원히 살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내 기억이 없던 일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내 흔적이 단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지는 건 너무 큰 공포다.
17. 유산이 어떻게 쓰이길 바라시나요?
책에서 가장 유익했는데, 질문을 보자마자 누구에게 얼마큼 나눠줘야 할까? 생각했다. 대부분이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익숙한 문화는 1/N이기에. 반면 책은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게 한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유산을 신탁해서 금요일마다 무료로 나눠준다거나, 꽃 가게에 신탁해 특정한 요일에 빨간 장미를 나눠 주거나, 장학 재단에 위탁해 청소년의 꿈을 돕는 등. 막연히 '사회공헌'이라는 와닿지 않던 단어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렇다면 나는 대구지역 글쓰는 작가를 위한 레지던시. 작업실을 남기고 싶다. 몇십 년 오래오래 살면 그 정도 재산이 생기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