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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Aug 27. 2020

며칠을 ‘존버’하면 습관이 될까?

습관이 만들어지는데 필요한 시간

존버 (Johnber)


‘존버’라는 단어는 인터넷상에서 만들어진 ‘존X게 버틴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비속어이다보니 방송에서 연예인이 자기도 모르게 이런 단어를 내뱉으면 대부분이 편집되거나 ‘John 버’라는 식으로 위트 있게 넘어간다. 그래서 일부사람들은 ‘존버’의 ‘존’을 ‘존경받는 그날까지’나 ‘존엄하게’로 바꿔서 은근히 비난을 피해가려 하기도 한다.


‘존버’라는 단어는 소설가 이외수씨가 사용하면서 더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 마디를 “존버 정신을 잃지 않으면 된다.”라고 말 한 이야기는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하나의 일화로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외수씨는 본인의 암투병도 ‘존버’ 정신을 가지고 이겨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속어 ‘존버’는 기다리는 것과 버티는 것. 이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새벽 다섯 시에 하루를 시작해본 경험이 없는, ‘새벽 기상 초심자’분들이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이 있다. 



며칠 정도
일찍 일어나면 습관이 되나요?

며칠을 ‘존버’하면 되느냐다. 이 질문은 아침 기상이 아니더라도 습관 만들기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봄직한 질문이다. 며칠정도 반복하면 운동이 습관으로 변하는지. 어느 정도 계속하면 다이어리 쓰기가 몸에 배는지. 사실 우리들이 이런 생각을 하기 이전부터 우리 부모님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에게 독서습관을 만들어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으니까. 





21일 vs 66일


습관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어떤 이들은 21일이면 습관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다른 학자들은 그 사실을 반박하며 66일은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21일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66일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어디에서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일까? 


 ▶ 습관 형성에는 ‘21일’이 필요하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만큼 자기계발서계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책이 있다. 성형외과 의사이자 성공학의 대부였던 맥스웰 몰츠가 쓴 『맥스웰 몰츠 성공의 법칙』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1960년에 출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60년이 지난 지금도 자기계발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 책에서 ‘21’이라는 숫자가 등장한다. 맥스웰 몰츠는 자신이 만들어낸 개념인 사이코사이버네틱스(Psycho-Cybernetics)를 사용하면 21일 안에 목표로 했던 행동을 유발해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사람이 자신의 머릿속에 떠올린 생각이 대뇌피질과 대뇌변연계를 거쳐 신체의 기능을 조절하는 뇌간에 도착하게 되면 습관이 되는데 이때까지 소요되는 최소한의 시간을 21일로 본 것이다. 맥스웰 몰츠가 그의 책을 통해 ‘21일’이라는 기간을 소개한 뒤, 의학전문의나 심리학자들은 습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기간을 21일로 잡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성공학, 자리계발 작가들이 21일만 하면 습관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확산시켰다. 그렇게 우리들의 머릿속에는 ‘습관 형성 = 21일’이라는 등호가 생기게 되었다. 온라인 서점에서 ‘21일’이라는 키워드만 검색해 봐도 습관 형성에 필요한 날짜로 21일을 주장하는 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1일

여담으로 맥스웰 몰츠가 이야기한 사이코사이버네틱스라는 단어는 조금 생소하지만 그 책을 통해 그가 하려고 했던 말은 우리들도 익히 들어봤던 이야기다.


“무엇인가를 반복적으로 상상하면 그런 행동을 하게 된다.”


맞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나 론다 번의 『시크릿』에서도 나왔던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끌어당김의 법칙과도 비슷한 이야기다. 물론 조금씩의 차이점은 있다. 사이코사이버네틱스라는 단어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맥스웰 몰츠의 책을 찾아보길 바란다. 




 ▶ 습관 형성에는 ‘66일’이 필요하다. 


‘습관 형성 = 21일’이라는 믿음에 금을 가게 만드는 일이 2009년 8월에 일어났다. 2009년 8월 4일 영국 런던 대학(UCL)에서 발행하는 UCL News에 다음과 같은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How long does it take to form a habit?” 필리파 랠리(Pillipa lally) 교수 연구팀의 습관 형성에 관한 연구 내용이었다. 이 내용은 다음해 유럽 사회 심리학 저널에 공식적으로 등재되게 된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새로운 행동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게 하는 데에는 평균적으로 66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팀에서는 21일이라는 기간을 습관 형성의 기간이 아니라 일종의 적응기간으로 바라봤다. 다시 말해 같은 행동을 21일 동안 반복한다고 해서 그게 몸에 배는 게 아니라 ‘아! 이런 거구나!’라는 느낌정도만 느끼게 되는 기간이 21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느낌을 습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습관이란 머리가 기억하고 몸이 기억해서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행동 방식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생각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튀어나와야만 습관이라 말할 수 있다. 무의식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바로 그 시점, 필리파 랠리 연구팀에겐 그 시점이 바로 66일이었다.


그 뒤로 전 세계적으로 맥스웰 몰츠의 “21일” 때와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었다. 66일이라는 기간이 습관 형성의 매직 넘버가 된 것이다. 21일이라는 단어는 쏙 들어가 버렸다. 한국에서도 66일 공부법, 66일 습관 만들기 같은 콘텐츠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5 AM Club』의 저자 로빈 샤르마도 66일을 지지한다. 그가 만든 App에서도 ‘The 5 AM CLUB 66 DAY Challenge’가 펼쳐진다. 




다음 편에서 계속 





Reference

1. 나무위키, https://namu.wiki/w/%EC%A1%B4%EB%B2%84 

2. 혜민스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p.244

3. https://www.ucl.ac.uk/news/2009/aug/how-long-does-it-take-form-habit

4. Phillippa Lally etal., “How are habits formed:Modelling habit formation in the real world,”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40, no. 6 (2010): 998-1009, doi:10.1002/ejsp.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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