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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Mar 25. 2020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지속하는 힘은 패턴에서 나온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
‘하루키스트’들의 워너비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인기가 많은 작가다. 교보문고에서 2005년부터 2015년까지의 작가별 도서 판매량을 집계해본 결과, 우리나라에서 저서가 가장 많이 팔린 작가는 ‘하루키’였다. 10년간의 판매부수는 89만 4000부. 그런데 이 판매부수보다 놀라운 것은 그의 대표적인 두 가지 소설의 누적 판매량이다. 『상실의 시대』는 200만부, 『해변의 카프카』는 100만부.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렇게 많이 팔렸기 때문에 어떤 집에 가도 하루키의 책 한 권쯤은 책장에 꽂아져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작품이 좋아서인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년 노벨문학상의 단골 후보로 등장한다. 물론 매년 후보에만 올랐을 뿐 아직까지 수상한 적은 없지만. 하지만 그는 노벨문학상의 수상과는 별개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상실의 시대』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기도 한 『노르웨이의 숲』, 『해변의 카프카』, 『1Q84』, 『기사단장 죽이기』와 같은 그의 소설들은 전 세계 50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판매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나라에서 소설이 읽히는 작가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세계적인 작가’라는 수식어는 전혀 과한 게 아니다.



하루키의 싸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키는 어떻게 세계적인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 물론 이 ‘어떻게’라는 단어 속에는 시기, 작품, 운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될 것이다. 그런데 내가 궁금해 했던 ‘어떻게’는 하루를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왜냐하면 하루키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아직까지 왕성하게 글을 써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렇게 롱런할 수 있는 비밀은 그가 보내는 하루 속에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루키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를 찾아 봤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하루 패턴


하루키의 하루 패턴

AM4:00~PM12:00 

- 글쓰기


PM12:00~PM1:00 

- 점심식사 


PM1:00~PM9:00 

- 운동(달리기, 수영), 집안일, 재즈듣기, 독서 


PM9:00~AM:4:00 

- 취침 


선인세만 30억을 받는 세계적인 작가의 하루치곤 너무 단조롭지 않은가? 호화로운 요트에서 저녁 늦게까지 파티를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뒤, 영감이 떠오르면 몇 주 동안 방에 틀어박혀 일필휘지로 소설책을 써낼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 대여섯 시간동안 소설을 쓰고, 오후에는 취미를 즐기며 휴식하는 하루. 하루키는 소설을 쓸 때마다 이런 생활을 되풀이한다고 한다. 2006년 GQ와 했던 인터뷰에 따르면 초고쓰기에 6개월, 퇴고에 10개월 정도를 사용한다고 하니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패턴을 반복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출간되어 있는 하루키의 책들은 수십 권이 넘는다. 이 말인 즉, 하루키는 반평생을 이런 패턴을 유지하며 살고 있다는 뜻이다. 


매일 같은 패턴으로 살기

하루키가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꾸준히 책을 써낼 수 있는 이유는 일정한 패턴에 맞춰 생활함으로써 글을 쓰는 것을 하나의 습관으로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만약 하루키가 평소에는 글을 쓰는 것과는 떨어져 있다가 몰입해야할 때만 순간적으로 작업하는 타입이었다면 어땠을까? 글쓰기를 습관처럼 하는 게 아니라 마음 내킬 때마다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처럼 롱런하는 작가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좋은 싫든 정해진 시간에 책상에 앉아 매일 다섯 시간동안 글을 써왔기에 수없이 많은 장편 소설과 에세이집들을 출간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패턴이 글쓰기를 지속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뛰어난 예술 작품을 남기거나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낸 이들 중에는 하루키처럼 같은 패턴을 반복하며 습관을 만들어간 이들이 많다. 



프랑스 계몽주의 시대의 작가, 볼테르도 하루키처럼 새벽 네 시에 일어나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네 시라는 시간이 아니다. 네 시에 일어나 글 쓰는 것을 ‘패턴’으로 만들고, 이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패턴’하면 떠오르는 이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패턴의 여왕’ 버지니아 울프다. 『자기만의 방』이라는 소설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알려져 있는 그녀는 하루 10시간씩 글을 쓰는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평가받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도 자기만의 패턴이 있었다. 오전 여섯시에 일어나 점심을 먹기 전까지 작곡 작업에 몰입한 뒤, 오후에는 여가를 즐기며 쉬는 것. 무라카미 하루키와 비슷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부터 시작해서 볼테르, 버지니아 울프, 루트비히 판 베토벤까지 이들은 모두 창조적인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이 정해놓은 엄격한 패턴을 만들고 이를 반복했다. 아니, 엄격한 패턴이 있었기에 이를 지속적으로 반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속력은 

패턴에서 나온다.


어떤 일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은 패턴에서 나온다. 매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고 싶다면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날 수 있는 삶의 패턴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다음은 새벽 다섯 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임, ‘5 clock’에 참여했던 A, B, C 세 사람의 이야기다. 이들 중 새벽에 일어나는 것을 습관으로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다음 설명을 읽으며 추측해보자. 





A : A는 자신은 잠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여덟 시간에서 아홉 시간은 자야만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아 평소에도 일찍 잠자리에 든다고 말했다. 8시 30분까지는 해야 할 일들을 마치려고 노력했으며, 설사 끝마치지 못하더라도 9시에는 무조건 침대로 향했다.  


B : B는 자신을 ‘숏 슬리퍼’라고 소개했다. 다섯 시간만 자도 일상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의 일정을 11시 정도에 마무리 했고, 12시 경에 잠드는 것을 자기만의 규칙으로 삼았다.


C : C는 자신의 평균 수면 시간을 7시간 정도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일이나 운동 때문에 잠자는 시각이 들쭉날쭉했다. 8시, 10시, 12시. 제각각이었다. 정해진 패턴은 없었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잠자는 시간을 결정했다.


A, B, C 세 사람 중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는 것을 습관으로 만드는데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은 누구일까? 예상했겠지만 A와 B는 성공했고, C는 실패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을 습관으로 만드는데 ‘몇 시간을 자느냐’, ‘몇 시에 자느냐’보다 중요한 요인은 ‘일정한 패턴에 맞춰 생활하는가.’였다. 이 패턴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패턴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은 대부분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지 못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일어날 수 있었지만 꾸준히 반복하진 못했다. 실천은 했을지라도 습관으로 만드는 것에는 실패한 것이다. 


‘새벽 다섯 시에 하루를 시작하기’를 습관으로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나의 삶을 패턴을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는 것에 맞춰 재조직하면 된다. 그러면 반복하기 쉬워진다. 아니, 그래야만 지속적으로 반복 할 수 있다. 기억하자. 어떤 일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은 패턴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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