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태기 보다는 빼면서 살기
완벽함이란, 더 보탤 것이 남아 있지 않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
“Il semble que la perfection soit atteinte non quand il n'y a plus rien à ajouter, mais quand il n'y a plus rien à retrancher.”
프랑스의 소설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말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 시간에 집중하고 싶다면 생텍쥐페리가 남긴 이 문장을 되새겨 읽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생텍쥐페리가 말하는 ‘완벽함’이란 내가 진정으로 갖고 싶고, 원하는 것의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말한 문장을 머릿속에서 이렇게 바꿔봤다.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빼내다보면
진정으로 원하는 것만 남게 된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 나에게는 새벽 시간이다. 나만의 새벽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저녁에 하고 있는 일 중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빼내야 한다. 그래야만 내가 계획했던 시간에 잠들 수 있다. 퇴근 후 잠자기 전까지 습관처럼 해오던 불필요한 일들을 덜어내 보는 것. 나는 이걸 ‘저녁 미니멀리즘’이라고 부른다.
minimalism = minimal(최소한의) + ism(주의)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란 단순함을 지향하는 것이다. 단순함을 추구하다보면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덜어내 진다. 하나씩 덜어내다 보면 가장 마지막에는 중요한 것들만 남는다. 어쩌면 미니멀리즘이란 ‘중요한 가지’를 지켜내기 위해 ‘잔가지’를 쳐내는 일종의 ‘전정(나무의 가지를 잘라내 주는 일)’과 비슷한 게 아닐까?
나는 시간에 있어 ‘중요한 가지’를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시간이 있어야만 어제보다 성장하는 오늘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자, 한번 생각해보자. 하루 24시간 중 나를 위한 시간은 몇 시간이나 되는 지를. 온전하게 나 스스로에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진지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설사 생각은 하더라도 깊게 생각해볼 틈 없이 숨 가쁘게 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나만을 위한 시간을 의도적으로 마련한다. 그리고 그 시간에 하고자 하는 일에 몰입하여 남들과 다른 성과를 만들어 낸다.
그렇다면 이처럼 나만을 위한 시간을 언제 갖는 게 좋을까? 나는 그게 새벽 다섯 시라고 생각한다. 타인으로부터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중에 새벽만한 시간이 또 있을까? 새벽 시간은 집중력이 높아지는 시간이자 두뇌가 활성화되는 시간이다. 하루 중 내가 가진 에너지가 가장 충만한 시간이다. 또한 하루 동안 일어날 일들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탁월한 성과를 낸 세계적인 리더들이 새벽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새벽 시간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새벽 시간을 얻기 위해서는 대가가 필요하다. 그냥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면 되는 간단한 일에 무슨 대가가 필요하냐고? 지금과 똑같이 살면서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까지 더한다면 몸이 버텨내지 못한다. 며칠은 정신력으로 버틴다고 해도 오랜 시간 지속하긴 어렵다. 새벽 시간은 공짜가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새벽을 가지는 대신 다른 걸 버려야 한다. 나의 저녁 일과 중에서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덜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일찍 잠자리에 들어 일찍 일어날 수 있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는 ‘새벽형’ 인간이 되기 위한 첫 번째 단추는 ‘새벽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가 아니다. 퇴근 후 저녁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지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이 저녁 시간의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새벽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저녁 시간에 집중해야 한다. 퇴근 후 저녁 시간, 의식하지 못한 채 무심코 반복하고 있는 일 중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빼내야 한다. 이것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결코 새벽 시간을 가질 수 없다. 그 이유는 우리 몸에 배어있는 저녁 습관들이 우리가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것, 알람 소리에 맞춰 아침에 깨어나는 것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일찍 잠들기 위해 우리의 저녁 시간에서 빼야할 것 네 가지다.
1) 관계 :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약속
2) 소셜 미디어 : SNS 보며 좋아요 누르기
3) 일 : 일을 짊어지고 다니기
4) 소비 : 사지도 않을 물건 장바구니에 모으기
하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약속
“이런 모임에 왜 나가야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모임들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시간을 사용한다. 그리곤 이렇게 이유를 댄다. “어렸을 때부터 만나왔던 친구기 때문에 만난다.”, “옆 부서 팀장님이 같이 가자고 해서 어떨 수 없이 나갔다.”, “금요일 저녁인데 특별히 할 일이 없어서 다녀왔다.” 중요한 사람들만 만나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다. 쓸데없는 술자리에 참여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뿐이다. 피곤함과 후회.
“이 친구만 만나면 에너지가 빠지는 느낌인데?”라는 생각이 드는 에너지 뱀파이어((energy vampire)들과의 만남도 정리하는 게 좋다. 에너지 뱀파이어는 UCLA의 정신과 교수인 주디스 올로프가 이야기했던 정서적 뱀파이어(emotional vampire)와 비슷한 말이다. 자기자랑만 하는 친구, 혼자만 주목받고 싶어 하는 친구, 매사에 비판적으로 투덜대는 친구, 내 이야기에 냉소적이고 차갑게 대하는 친구. 에너지 뱀파이어들의 유형은 이밖에도 다양하다. 이들은 내가 가진 에너지를 빨아먹어 나를 소진시킨다. 그래서 만나고 오면 더 피곤해진다. 마치 피를 빨려버린 느낌이 든다. 이런 이들과의 만남은 줄여야 한다. 나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주는 이들을 만나기에도 시간은 모자라다.
둘, SNS 보며 좋아요 누르기
내 소중한 저녁 시간을 친구가 선물 받은 구찌 라이톤 스니커즈나 샤넬 핸드백에 ‘좋아요’를 누르는데 사용하지 말자. 좋은 건 그 친구일 뿐이지 나에게 득이 되는 건 1도 없다. 퇴근 후 나는 집에 들어와서 김치찌개에 계란프라이를 먹고 있는데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힙해보이는 레트로 감성 레스토랑의 음식 사진들이 줄지어 올라온다. 친구가 올린 에그 베네딕트나 알리오 올리오에 ‘좋아요’ 누른다고 그 음식이 우리 집으로 배달되는 것도 아니니 “우와, 이런데도 있네!”라고 리액션하며 ‘좋아요’ 누르지 말자. 그 사진 올리는 친구들도 어쩌다 한 번 가서 올린 걸 테니까. 매일 그런 거 먹는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기 때문에 올리지도 않는다.
SNS는 ‘자랑의 성지’다. SNS에 자신의 불행한 이야기나 사진을 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 드러내고 싶은 것들만 올린다. 사람들은 SNS에 올라오는 것처럼 모든 날들을 화려하고 멋지게 살진 않는다. 물론 그들이 올린 피드의 내용들을 보며 동기부여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걸 보는데 사용하기에는 내 저녁 시간이 너무 아깝다.
셋, 일을 짊어지고 다니기
직장에서의 일은 직장에서 끝내야 한다. 굳이 그 무거운 일을 집까지 짊어지고 올 필요는 없다. 직장인들 중에는 회사에서의 일을 집까지 가져와서 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물론 특정 시기에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게 습관이 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끝내지 못한 일들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집에 온다. 몸은 집으로 가져왔지만 머리와 마음은 아직도 회사를 향하고 있다. 이들은 회사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와서 또 일한다. 그리곤 잠깐 잠들었다가 다시 일하러 간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이렇게 부른다. ‘일(work)심동체’
스마트폰도 충전을 해줘야 전원이 꺼지지 않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퇴근 후에는 나를 충전해줘야 한다. 배터리가 100%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날을 맞이하면 배터리 표시등이 금방 빨간색으로 변한다. 회사에 출근해 일을 해도 쉽게 소진된다. 업무 효율성은 떨어진다. 새로운 생각으로 도전하기 보다는 주어진 일을 끝내는데 급급해진다. 득보다는 실이 많아지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일을 집으로 짊어지고 오게 되면 제 시간에 잠들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집까지 일을 챙겨왔다면 오늘 안에 마치지 못할 덩어리가 큰 일일 것이다. 이런 일들을 하다보면 잘 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계획했던 시간보다 늦게 자게 되면 일찍 일어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결국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는 것은 상상에서만 가능한 일이 된다. 그러니 자영업자분들이 아닌 직장인 분들이라면 퇴근과 동시에 ‘일 셔터’를 내리자.
넷, 사지도 않을 물건 장바구니에 모으기
사지도 않을 물건들을 장바구니에 차곡차곡 모아가는 걸 막아야한다. 요즘 온라인 쇼핑은 정말 편하다.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에 도착한다. 가격도 오프라인 매장보다 저렴하다. 그러다보니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 쇼핑몰을 애용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저녁 시간에 할인쿠폰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수요일 저녁 9시, 선착순 만원 할인 쿠폰 1000장’, ‘금요일 저녁 9시부터 10시까지 구매하시는 고객님들께 20% 할인 쿠폰 증정’과 같은 혜택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저녁에 소파에 누워 “뭐 싼 거 없나?”를 외치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11번가, 쿠팡, SSG와 같은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들을 전전한다. (물론, 꼭 사야만 하는 필요한 물건이 있는 경우는 예외다. 그런 건 저렴하게 살수록 위너다.)
이렇게 온라인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찾게 된 물건들의 대부분은 별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한 ‘별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에 대해서는 좀 더 부연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내가 생각한 ‘별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은 이런 것들이다.
지금은 필요하지 않지만, 나중에는 ‘필요해질지도 모르는 물건’
지금은 없어도 별 문제 없지만, ‘있으면 좋을 것 같은 물건’
우리는 여러 가지 온라인쇼핑몰을 오고가며 이런 물건들을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곳을 검색한다. 그리고 장바구니에 담는다. 그리곤 결재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은 별로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매일 저녁 반복한다. 습관처럼 사지도 않을 물건을 가격 비교하며 장바구니에 모아 가는데 저녁 시간을 사용한다.
이런 것들을 줄이게 되면 어떤 점이 좋을까? 중요한 것들을 지킬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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