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do you wear to bed?”
침대에서 뭘 입고 주무세요?
“A pajama top? The bottoms of the pajama?”
파자마 윗옷? 파자마 바지?
“Chanel No. 5”
샤넬 No. 5요.
20세기에 가장 유명하다고 알려진 여배우를 한 사람 꼽자면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물론 그녀는 서른여섯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긴 했지만 20년이 채 되지 않는 활동 기간 동안 미국에서 가장 핫한 배우였습니다. 굳이 그녀가 출연했던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과 같은 영화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마릴린 먼로’라는 이름 자체가 브랜드였습니다. 오히려 영화 제목은 몰라도 그녀의 이름은 세계인이 모두 알고 있죠.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20세기의 대표적인 아티스트인 앤디 워홀이 캔버스에 실크스크린으로 표현한 『마릴린 먼로』라는 작품 덕도 있겠지만요.
이처럼 20세기 대중문화사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던 마릴린 먼로. 그녀는 평소 사넬의 대표 향수 ‘샤넬 No.5’를 자주 사용했다고 합니다. 1921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던 샤넬 No.5라는 향수는 인공향을 넣은 최초의 향수로 유럽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랑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샤넬 No.5라는 향수에 마릴린 먼로의 스토리가 덮여지며 다른 향수 브랜드들은 따라할 수조차 없는 독보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습니다.
2012년 10월 샤넬은 마릴린 먼로가 살아있던 당시 인터뷰했던 기록들을 조사하다 하나의 녹음파일을 손에 얻게 됩니다. 그 파일 속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You know, they ask you questions...”
사람들은 보통 저에게 이렇게 물어요.
“What do you wear to bed?”
당신은 침대에서 뭘 입고 주무세요?
“A pajama top? The bottoms of the pajama?”
파자마 윗옷? 파자마 바지?
“Chanel No. 5”
샤넬 No. 5요.
마릴린 먼로는 당시에 아무 옷도 입지 않고 자는 ‘나체 수면’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무엇을 입고 자느냐는 질문에 샤넬 No.5라고 대답한 것입니다. 잠옷 대신 향수를 뿌리고 잔다는 것이죠. 뭔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뇌쇄적인 대답 아닌가요?
샤넬은 이 녹음파일을 입수한 뒤 대대적인 마케팅에 들어갔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죠. 사람들은 샤넬 No.5에서 나는 꽃 향, 비누 향보다 전설적인 배우 마릴린 먼로가 즐겨 사용했던 향수라는 이야기에 더 몰입했습니다. ‘마릴린 먼로의 잠옷, 샤넬 No.5’라는 스토리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브랜드 스토리는 그 브랜드에 새로운 옷을 입혀줍니다. 제품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이 없더라도 스토리만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게 만들어주는 것이죠.
자, 그럼 어떻게 스토리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지를 생각해보겠습니다. 가장 쉽게 남자친구가 애인에게 향수를 선물할 때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A: 이게 샤넬 No.5라는 향수인데 1921년 발매된 최초의 인공향 향수야. 인공향인 알데하이드와 자스민, 장미 같은 꽃 향이 더해져있어서 향기가 정말 좋아. 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사봤어.
B: 이게 샤넬 No.5라는 향수인데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가 나체로 이것만 뿌리고 잤데. 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사봤어.
선물을 받는 입장이라면 어떤 이야기가 더 매력적으로 들리시나요? B의 이야기가 훨씬 마음에 와 닿지 않나요? 사실 향에 민감한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향수마다 가지고 있는 미묘한 향 차이를 알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향수가 가지고 있는 느낌, 이야기에 끌려 구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샤넬이라는 브랜드는 이 점을 공략했습니다. 그리곤 샤넬 No.5를 30초에 한 병씩 팔려나가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향수로 만들어냈죠. 샤넬 No.5와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오버랩 되게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마릴린 먼로의 잠옷, 샤넬 No.5
샤넬 No.5 속에 담여 있는 스토리는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감성적이면서도, 독특합니다. 야릇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단순합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주기 쉬운 이야기죠. ‘마릴린 먼로의 잠옷, 샤넬 No.5’ 한 번 들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이미지 아닌가요? 이게 바로 제가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Reference
Marilyn and N°5 – Inside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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