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li May 25. 2020

벗겨 놓으니 더 잘 팔리는 이것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그녀의 사과’라고 쓰인 화장품 병을 스푼으로 뜹니다. 마치 푸딩처럼 화장품이 스푼 위에서 살랑살랑 흔들거립니다. 그때 전 핑클의 멤버였던 성유리씨가 이렇게 말합니다.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여기에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피부야, 맛있지?


Photo by Nikolai Chernichenko on Unsplash

 

2005년 신선한 화장품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코스메틱 브랜드 ‘스킨푸드’의 광고 카피입니다. 이 광고로 인해 스킨 푸드는 화장품계의 스타가 됩니다. 이와 함께 먹는 음식뿐만 아니라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들도 신선해야 한다는 인식들이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했죠. 그동안에는 유명 브랜드의 제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던 고객들이 화장품의 성분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유해한 성분이 포함되지 않아야 함은 물론 얼마나 신선한 재료,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하느냐가 화장품 구매의 핵심적인 요소가 된 것입니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 최상의 제품, 그리고 안전한 원료들을 사용한다는 것을 브랜드의 핵심가치로 생각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두피 전문가 마크 콘스탄틴과 뷰티 테라피스트 리즈 위어가 공동 창업한 영국의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입니다. 참고로 영어 단어 Lush는 ‘싱싱한’, ‘신선한’, ‘신선하게 푸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싱싱한
신선한






신선한 화장품러쉬      


우리는 ‘신선한’이라는 단어를 보통 어떤 때 쓰고 있을까요? 신선한 사과, 신선한 생선, 신선한 고기와 같이 음식을 꾸며주는 말로 주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러쉬에서는 자신의 브랜드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영국 프레쉬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러쉬  


  
flickr

프레쉬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모두 다 영어라서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직역해보면 대략 이런 뜻이지 않을까요? 신선한 수제 화장품. 러쉬라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는 ‘신선함’입니다. 고객들이 러쉬를 선택하는 이유도 무엇인가 신선한 느낌이 화장품 속에 담겨있기 때문이고요. 그렇다면 어떤 요소들이 러쉬의 화장품들에 신선함이라는 옷을 입혀주게 된 것일까요? 러쉬라는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Fresh’라는 단어가 함께 떠오르는 이유를 두 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포장 없이 

덩어리째 진열한다.


러쉬 매장에 들어가 보면 화장품 가게가 아니라 과일 가게에 온 기분이 듭니다. 마치 선반 위에 복숭아, 바나나, 수박 같은 과일들이 올라가 있는 것처럼 다양한 종류의 배쓰 밤, 버블 바, 샴푸 바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포장 되어 있지 않습니다. 까칠해 보이는 비누가 덩어리째 선반위에 쌓여있죠. 과일 가게에서 과일들을 하나씩 포장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실제로 러쉬의 창업가도 과일 가게에서 과일을 진열해 놓는 방식에서 러쉬의 진열 방식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flickr
Wikipedia

다른 화장품 가게들을 떠올려볼까요? 대부분 병이나 비닐, 박스 안에 화장품들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죠. 하지만 러쉬는 다릅니다. 꼭 필요한 제품들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포장도 하지 않는다는 게 그들의 원칙입니다. 그래서 과일 가게에서 오렌지나 사과를 수북하게 쌓아 놓는 것처럼 포장되지 않은 비누와 샴푸들을 덩어리째 진열합니다. 러쉬에 방문하는 고객들은 이 점에서 특별함을 느낍니다. 다른 곳들과는 뭔가가 다르니까요. 제품들을 감싸고 있는 겉옷이 없으니 무엇인가 날 것 그대로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 고객들은 이 모습을 보며 러쉬라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신선함’이라는 가치를 느낍니다.

     

 




화장품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여준다.     


러쉬라는 브랜드에서는 화장품을 만드는 공장을 키친(Kitchen)이라고 부릅니다. 화장품 제조 공장을 팩토리가 아닌 키친으로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은 화장품을 화장품이 아니라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선한 재료로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신선한 재료로 피부에 좋은 화장품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래서 모든 제품들을 손으로 직접 만듭니다. 도구가 필요하다면 요리할 때처럼 식칼, 밀대, 전동 믹서와 같은 요리 도구를 사용하고요.

   

Photo by Calum Lewis on Unsplash


오픈 키친으로 된 레스토랑에 가면 왠지 이곳은 신선하고 믿음직한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는 느낌이 듭니다. 재료에 자신이 있으니까 공개하는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실제 몇몇 러쉬 매장에서는 매장 안에서 제품들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실제로 먹을 수 있는 유기농 과일과 채소, 꽃들을 조각내 즙을 내어 제품들을 만듭니다. 완성된 제품에는 제조일자, 유통기한, 제조자의 이름까지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요. 로컬푸드 직판장에서 생산자의 이름이 떡하니 붙어있는 과일이나 채소들이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러쉬에서는 이 모든 과정을 고객들에게 직접 보여줍니다. 그만큼 제조 과정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겠죠? 방금 매장에서 만들어져 나온 입욕제와 비누를 본 고객들은 러쉬라는 브랜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오픈 키친 레스토랑에서 내가 주문한 요리를 쉐프님께서 막 조리해서 주실 때. 그때 쉐프님을 바라보던 그 눈빛으로 러쉬의 제품들을 바라보지 않을까요?




   


유통기한이 짧다.


신선한 음식은 유통기한이 짧습니다. 방부제가 많이 들어갈수록 유통기한이 1년, 2년 이렇게 길어진다고들 말하죠? 러쉬에서는 방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최대한 적게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니 유통기한이 짧죠. 대부분의 제품들의 유통기한은 14개월 정도 됩니다. 



출처 : Lush cosmetics north america


전 세계에서 1분에 5개씩 판매된다고 알려진 러쉬의 베스트셀러, 마스크 오브 매그너민티(Mask of Magnaminty)와 같은 무방부제 마스크팩은 유통기한이 4개월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마스크팩들의 유통기한이 1년 정도 되는 걸 생각해보면 러쉬의 제품들의 유통기한은 아쉽다 싶을 정도로 짧습니다. 마치 냉장고에 들어있는 음식들처럼 말이죠. 


저도 슈렉팩이라고 불리는 마스크 오브 매그너민티를 선물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끼다가 다 쓰지 못하고 유통기한을 넘겨버렸습니다. 결국 버려야만 했죠. 그때 얼마나 아쉬웠던지. 상큼한 페퍼민트와 달콤한 꿀 내음이 풀풀 풍기는 마스크 팩을 버리면서 ‘아끼다 똥된다.’라는 말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무방부제를 표방하는 러쉬의 코스메틱 제품들은 유통기한이 짧습니다. 그래서 ‘똥 되기 전’에 빨리 써야합니다.      




출처 : Lush cosmetics north america


러쉬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Lush cosmetics north america에 들어가 보면 러쉬라는 브랜드의 진면모를 엿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 제가 봤던 영상은 실제 오렌지를 가져다 껍질을 벗긴 뒤 전동 믹서기로 갈아 샴푸 바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문화충격이었죠. 러쉬에서 판매되고 있는 브라질리언트 샴푸 바(Brazilliant Shampoo Bar)는 오렌지 향을 첨가하는 게 아니라 진짜 오렌지로 만듭니다. 그것도 비싸다는 유기농 오렌지로 말이죠. 이처럼 영국의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는 ‘신선한’ 화장품이 몸에도 좋다는 것을 주장하고 실제로 이를 실천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신선한’ 재료로 만드는 ‘신선한’ 화장품 러쉬. 


이처럼 확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있기 때문에 러쉬는 신선함의 끝판왕으로 인정받고 있는 게 아닐까요? 소비자들이 ‘러쉬(Lush)’로 화장품을 ‘러쉬(Rush)’하러 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라임 지렸다...








Reference

공장을 '키친'이라 부르는 친환경 화장품 

How it’s made: Brazilliant Shampoo Bar





이 글과 함께 읽으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edoodt/59

https://brunch.co.kr/@edoodt/55

https://brunch.co.kr/@edoodt/46


매거진의 이전글 한 번 사면 죽을 때까지 입는 옷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