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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Jun 24. 2020

설민석의 페스트, 언제 읽을까?

2019년 9월 24일부터 방영되어 2020년 4월 27일 종영된 tvN의 '책 읽어드립니다.'라는 프로그램은 대중들에게 고전 독서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설민석 강사의 맛깔나는 설명으로 인해 그동안 이름만 듣고, 읽지는 않았던 걸리버 여행기, 동물농장, 호밀밭의 파수꾼, 햄릿과 같은 고전들의 판매량이 급격하게 높아졌다고 한다. 사실 고전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그런 고전들을 읽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세계 문학 전집 속에 들어 있는, 내 서재 한 켠에 놓여 있는 그런 책들을 언제, 어떻게 읽는 게 좋을까? 


1947년 발간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표지

모닝 러너 중에는 모닝 루틴 속에 고전 독서 시간을 포함시켜놓은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이런 책을 요즘에도 읽는 사람들이 있어?”라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들을법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공자의 제자들이 엮은 『논어』, 사마천의 『사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같은 책들을 읽는다. 그들은 왜 아침 시간을 활용해서 이런 책들을 읽는 걸까? 아침은 하루 중 두뇌가 가장 맑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는 평소에 잘 읽히지 않던 책들도 마법처럼 술술 익힌다.      






왜 고전을 읽을까

왜 아침에 읽을까?     


일반적인 단행본들이나 요즘 출간되는 베스트셀러들은 보통 400쪽을 넘지 않는다. 반면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들은 대체적으로 두께부터 압도적이다. 예를 들어 현대의 고전으로 평가 받고 있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이 쓴 『생각에 관한 생각』이나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명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700쪽에 달한다. 사실 이정도면 고전치곤 얇은 편이다. 통치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고 평가받는 『한비자』는 900쪽에 달한다. 심지어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1500쪽이 넘는다. 솔직히 말해 900쪽이 넘는 책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건 읽기보다 베고 자면 딱 이겠다.’ 나무로 만든 베개인 목침대용으로 안성맞춤이랄까? 모든 고전들이 두꺼운 것은 아니지만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들의 대부분은 어느 정도 두께가 있다. 그래서 겁먹게 되는 게 사실이다.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이건 읽기보다 베고 자면 딱 이겠다.


두께를 떠나 새로운 지식들도 많은데 이렇게 오래된 책들을 읽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고전을 읽는 이유는 고전 속에 담겨져 있는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고전 속에 담겨 있는 지식들은 온라인 검색을 몇 분만 하면 다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고전을 읽는 이유는 뭘까?


고전을 읽는 이유는 그들이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가령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읽다 ‘의지의 객관화’라는 단어를 찾았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그 내용만 대충 눈으로 훑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그가 말하는 의지라는 것은 무엇인지, 객관화라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등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쇼펜하우어가 왜 의지의 객관화라는 이야기를 했는지 그 이유를 추론해보는 것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내 삶의 어떤 부분에서 의지의 객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떠올려 보는 것이다. 나도 안다. 말로는 쉽지 실제로는 그리 쉬운 과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런 걸 생각하다 보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아니면 머리가 멍해지면서 갑자기 잠이 온다. 퇴근 후에 저녁 먹고 내 방에 들어와 이 책을 읽으면 바로 잠이 온다. 이만한 수면제가 없는 셈이다. 하루 동안 내가 가진 대부분의 에너지를 사용해버린 뒤 저녁 시간에 이런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Photo by Toa Heftiba on Unsplash


하지만 아침 시간에는 가능하다. 다른 쪽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수면 촉진 물질인 아데노신이 가장 적은 시간은 아침이다. 뇌 활동을 방해하는 아데노신이 가장 적기 때문에 두뇌가 가장 활발하게 운동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아침 시간은 저녁 시간에 비해 정신이 맑다. 그래서 고전 속에 담긴 한 문장, 하나의 단어가 가지고 있는 뜻이 무엇인지를 골똘히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아침 시간은 세계적인 천재들이 쓴 책들을 읽으며 그들의 ‘생각’과 ‘마음’을 내 나름대로 미루어 짐작하기에 최적의 시간이다.
 



모닝 러너들은 

고전을 어떻게 읽을까     


모닝 러너들은 고전을 어떻게 읽을까? 책을 읽는 데에는 하나의 방법만 있는 게 아니다. 소리 내지 않고 눈으로만 읽는 묵독, 소리 내어 따라 읽는 성독과 같은 방법으로 고전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 또 한 문장 한 문장 따라 쓰는 필사의 방식으로 고전을 읽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어떤 방법으로 고전을 읽는지도 중요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고전을 읽는 호흡이다. 


고전을 읽는 호흡


모닝 러너들은 “A journey of a thousand miles begins with a single step.(천 마일의 여행도 그 시작은 한 걸음을 내 딛는 것에서 시작한다.)”라는 문장 속에 담긴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고전을 읽는다. 스몰 스텝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Photo by Laura Chouette on Unsplash


스몰 스텝을 직역해보면 작은 걸음이다. 스몰 스텝으로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하루에 조금씩만 읽어간다는 것이다. 사실 고전들은 두께가 어마어마하기에 소설책처럼 앉은 자리에서 한 권을 읽는 다는 게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모닝 러너들은 고전을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읽는다.


하루 15분 읽기

하루 10쪽 읽기


언뜻 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하루에 10쪽을 읽는다고 가정해보면 일주일이면 70쪽이다. 10주면 700쪽을 읽을 수 있다. 세 달 만에 700쪽짜리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읽는다면 이건 해 볼만 한 투자가 아닐까? 사실 그다지 부담도 없다. 길어도 20분이면 되니까. 물론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10쪽은 읽는다.”라는 생각이 있다면 그 정도는 어렵지 않게 참아낼 수 있다. ‘한 권을 읽겠다가 아니라 10쪽을 읽겠다.’가 목표이기 때문에 모든 부분을 깔끔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읽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작은 목표는 버텨내는 용기를 만들어준다.


모닝 러너들의 아침 기록을 보면 이런 후기들이 있다. “오늘로 손자병법 완독 했습니다.”, “카뮈의 페스트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1년에 고전 세 권 읽기가 목표였는데 내일부터 세 번째 책 시작합니다.” 누구나 제목은 들어봤지만 누구도 끝까지 완독한 사람이 없다는 그런 고전들을 모닝 러너들은 완독해낸다. 고전 독서가 그들을 모닝 러너로써 살아가게 만들어 줬는지 아니면 모닝 러너로 살았기 때문에 고전들을 읽어낼 수 있었는지. 이 두 가지 중 무엇이 먼저인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모닝 러너들 중 상당수는 ‘아침’이라는 시간을 통해 고전들을 읽고 있거나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Reference

사진 출처 : tvN 인사이트 유튜브 채널 _ 문제가 될시에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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