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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 Feb 15. 2024

내 아이가 가해자라구요?

좋을 수 없는 대화의 분위기

학폭 담당 교사에게 제일 부담스러운 순간은 학부모에게 자녀가 학폭에 신고되었음을 알리는 일이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00초 생활부장입니다. 잠시 통화 가능하세요?"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신가요?"

"다름이 아니라, 00이가 학교폭력으로 신고접수가 되어서요."


자녀가 학교폭력으로 신고되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학부모님의 반응은 대체로 당혹과 경악 그 어느 지대 쯤이다. 교사의 입장에서 자녀가 학폭에 신고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기분 나쁠 것이 당연히 예상되는 대화를 시작한다는 것은 나를 항상 주저하게 한다.


"신고된 사안에 따르면, 동동이가 통통이에게 일부러 공을 던져서 통통이 가슴에 맞았다고 합니다. 통통이 가슴에 멍이 들었다고 해요. 그래서 동동이가 통통이에게 신체폭력을 가한 사유로 학폭에 사안신고가 이루어졌어요."


학폭은 사안이 신고되면 가해관련학생에게 반드시 사안에 대해 알리게 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 피해사안이 사실인지, 정말 가해관련학생이 '가해학생'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 학부모와 통화를 하는 순간은 숨쉬는 것 하나도 조심하는 편이다. 게다가 거의 울먹일 듯이 반응하시는 학부모를 만나면 나도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7년을 해오지만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학폭 업무는 '개인정보'가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신고된 사안에 대해서는 가해관련 학생에게 명확하게 전달해야 하면서도 피해관련학생의 민감한 개인정보나 목격관련학생으로 지목된 학생의 신상이 나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 객관적 신고 사안에 근거하되 학부모의 마음을 읽어가며 통화하는 것이 항상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초임 때는 학부모에게 사안 전달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 서면을 활용하거나 담임선생님께 요청 드리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이 업무는 내 업무이다. 그리고 엄마가 된 지금 '내 아이가 학폭에 신고되었다면'이라는 가정을 하니 교사이지만 엄마 마음 한스푼을 가미한 자세로 의사전달이 가능해 진 것 같다.


자녀가 학폭에 신고되었다고 하면 학부모들의 반응은 대체로 예상 가능하다.


선생님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 아이가 왜요. 어떻게해요 선생님.

결국 그렇게 됬군요. 앞으로 절차가 어떻게 되죠? 어떻게 대응하면 되나요.

선생님 우리 아이는 그런 일을 저지를 아이가 아니에요. 그 애가 먼저 잘못한 일이에요.

선생님 이런것도 학폭이 되나요? 아니 이런걸로 신고하는 사람이 있어요?

담임선생님은 이렇게 되도록 뭐하셨어요? 담임선생님게서 잘 대응하신게 맞아요?


담임선생님을 통해 학생 간 신체접촉이 있었다는 일을 이미 알고 있거나, 그간 여러 갈등관계를 겪었던 학부모의 경우 대체로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체로 학부모들은 자녀가 신고되었단 것에 당황하고 순간 아득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순간만큼은 담임선생님을 탓하기도 하고, 대체 왜 이런 일로 학폭을 신고하냐고 따지기도 하고, 학교에서 왜 이런 일을 학폭으로 받아줬냐고도 하고, 자신의 자녀가 이런 일에 말렸다는 것에 분노를 표현하시기도 한다.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사실 모두 예측 가능한 반응이다. 자녀가 학폭에 신고되었는데 어떻게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가 있겠는가.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학폭의 많은 부분은 뉴스에서 다뤄지는 '진짜 학폭' 사안이라기 보다는 대체로 생활교육의 범위로 처리 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초등에서도 정말 학폭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심각한 사안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체로는 생활교육의 범위라고 생각한다.


자녀가 학폭에 신고됬다는 건 매우 불쾌한 경험이다. 아니 불쾌를 넘어 혹시 자녀의 신상에 문제가 가진 않을까 두려움이 앞설 것이다.

교사의 입장에서도 사실 마찬가지이다. 누군가의 엄마로 그리고 그 학교의 교사로서 부모에게 자녀가 폭력 신고 사안으로 신고됬다는 사실은 결코 전달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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