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걷기와 꽃
나이 든 이의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은 그리 많지 않다.
자식을 키우며 얻을 수 있었던
행복도 지나가고
아이의 행동이 모두 못마땅해지는
그런 시기가 되면
부모는 그저, 아버지들은 그저
저녁에 늘 만나던 지인과 술이나 한잔하고 해우소처럼 쏟아 내겠지만,
그것도 잠시…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시간은,
내 안에 평화가 머무는 그런 시간은,
걸을 때, 특히 아침에 걸을 때,
그때이다.
그렇게 일상에서 찾아오는 평화는
길가에 아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 걱정 없는 것처럼 핀
이름 모를 꽃에게 눈길을 주게 한다.
전주에는 두 개의 천이 흐른다.
전주천과 삼천천
전주천은 동쪽에서 북서쪽으로
삼천천은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전주를 가로질러
서신동에서 만나 만경강으로 흐른다.
그 천변가에는 사람들이 항상 걷는다.
한강처럼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아도
어쩌면 소박하게
잔잔하게 흐른다.
그렇게 걷는다.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흐를수록
하천은
오래된 외투를 입은 노신사 마냥
느리게 흐른다.
내 시간도 어쩌면 하천처럼
강에 가까워질수록
시간이 무거워질수록
느리게 좌우로 흐르는 것임을
이제야 안다.
아마도 오늘은 어제보다 가을에 가깝겠지.
-24.8.16. 로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