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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캉 Aug 17. 2024

3. 전주 천변길을 걷다

-일상적 걷기와 꽃


나이 든 이의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은 그리 많지 않다.
자식을 키우며 얻을 수 있었던
행복도 지나가고
아이의 행동이 모두 못마땅해지는
그런 시기가 되면
부모는 그저, 아버지들은 그저
저녁에 늘 만나던 지인과 술이나 한잔하고 해우소처럼 쏟아 내겠지만,
그것도 잠시…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시간은,
내 안에 평화가 머무는 그런 시간은,
걸을 때, 특히 아침에 걸을 때,
그때이다.
삼천 천변길, 여름에도 그늘길이라 좋다.(펜, 흑연 수채화를 위한 드로잉)
삼천 산책길(수채화)


그렇게 일상에서 찾아오는 평화는
길가에 아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 걱정 없는 것처럼 핀
이름 모를 꽃에게 눈길을 주게 한다.


전주에는 두 개의 천이 흐른다.
전주천과 삼천천
전주천은 동쪽에서 북서쪽으로
삼천천은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전주를 가로질러
서신동에서 만나 만경강으로 흐른다.
그 천변가에는 사람들이 항상 걷는다.
한강처럼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아도
어쩌면 소박하게
잔잔하게 흐른다.
그렇게 걷는다.
전주천 교대 앞(흑연,펜화)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흐를수록
하천은
오래된 외투를 입은 노신사 마냥
느리게 흐른다.
내 시간도 어쩌면 하천처럼
강에 가까워질수록
시간이 무거워질수록
느리게 좌우로 흐르는 것임을
이제야 안다.
아마도 오늘은 어제보다 가을에 가깝겠지.

-24.8.16. 로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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