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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캉 Aug 10. 2024

한강을 걸으며

- 도시에는 천년의 강이 흐른다.

 오랜동안 서울을 떠나 살면서 가끔 올라와도 한강을 가보지는 않았다. 내 추억 속에 한강은 두려움이거나 아픔이었으니까.


내가 나온 국민학교는 한강 옆에 있었다.

방학 전에 선생님들은

“한강에서 물놀이하지 마라.”,

“한강에서 썰매타지 마라.”는 훈화를 꼭 하셨다.

그런 훈화에도 가끔은 이름도 다 모르는 65명 아이들 중에, 혹은 옆반, 그 옆반에 옆반 아이 중에는 책상 위에 덩그러니 국화꽃만 남기고 하늘로 간 아이들이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한강에서, 한강 옆 철로에서, 그 옆 언덕 송전탑에서 놀곤 했다. 참 겁 없던 시절이다.


여름이면 수시로 범람하던 한강은 가끔 우리 교실까지도 물이 차서 휴교도 하고, 아이들 중에는 교과서가 물에 떠나려가 맨 몸으로 학교를 오는 이재민도 많았다.

한강은 그렇게 거대하고 무서운 존재였다.


시간이 흘러 내 어릴 적 위험한 놀이 공간이었던 한강은 공원이 되었다.

한강공원길 성수동 인근(만년필)


365일 사람들은 아침부터 한밤까지
그곳에서 걷고, 뛰고
자전거 타고, 술 마시고 운동하고
휴식하고…
지금이나 예전이나 여전히 흐르고 흐르는
그 물살을 보면
세월만큼 변한 풍경과
그 만큼 변한 사람들의 모습이
이제는 정겹다.
아니 가끔 너무 변해버린 모습이 낯설다.

다음 세대에도 다음 천년에도 한강은 여전히 흐르겠지만
그 옆에서 앉아 유유히 강바람을 맞다보면
나도 바람처럼
자유롭기를 기대해 본다.

-24.8. 로캉.


한강대교 옆 한남동 산동네와 한강길(기울어진 아파트가 신경쓰여)(수채화, 황목지)
작은 인도교에서 본 하늘과 물빛은 고요하게 맑다(수채화)
풀 밭위에 휴식하는 여인(수채화/원본에서 흐리게 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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