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에는 천년의 강이 흐른다.
오랜동안 서울을 떠나 살면서 가끔 올라와도 한강을 가보지는 않았다. 내 추억 속에 한강은 두려움이거나 아픔이었으니까.
내가 나온 국민학교는 한강 옆에 있었다.
방학 전에 선생님들은
“한강에서 물놀이하지 마라.”,
“한강에서 썰매타지 마라.”는 훈화를 꼭 하셨다.
그런 훈화에도 가끔은 이름도 다 모르는 65명 아이들 중에, 혹은 옆반, 그 옆반에 옆반 아이 중에는 책상 위에 덩그러니 국화꽃만 남기고 하늘로 간 아이들이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한강에서, 한강 옆 철로에서, 그 옆 언덕 송전탑에서 놀곤 했다. 참 겁 없던 시절이다.
여름이면 수시로 범람하던 한강은 가끔 우리 교실까지도 물이 차서 휴교도 하고, 아이들 중에는 교과서가 물에 떠나려가 맨 몸으로 학교를 오는 이재민도 많았다.
한강은 그렇게 거대하고 무서운 존재였다.
시간이 흘러 내 어릴 적 위험한 놀이 공간이었던 한강은 공원이 되었다.
365일 사람들은 아침부터 한밤까지
그곳에서 걷고, 뛰고
자전거 타고, 술 마시고 운동하고
휴식하고…
지금이나 예전이나 여전히 흐르고 흐르는
그 물살을 보면
세월만큼 변한 풍경과
그 만큼 변한 사람들의 모습이
이제는 정겹다.
아니 가끔 너무 변해버린 모습이 낯설다.
다음 세대에도 다음 천년에도 한강은 여전히 흐르겠지만
그 옆에서 앉아 유유히 강바람을 맞다보면
나도 바람처럼
자유롭기를 기대해 본다.
-24.8. 로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