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택의 길
살면서 항상 크고 작은 선택을 하지만 지나 보면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이 있었다. 시간이 가면 가지 않은 길은 미지의 길로 남거나 후회와 미련이 되기도 한다.
가르친다는 것과 글 쓴다는 것, 둘 모두가 어렵고 힘든 일이기에 선택해야 한다며 나를 안쓰럽게 보던 형이 있었다.
낭만주의 시대인 듯 막걸리집에서 시와 문학을 얘기하다 시비가 붙어 만난 형이다. 계란말이에 막걸리를 마시며 말도 안 되는 시를 말이 되게 떠들고, 카프카처럼 사회에 억압당하는 벌레처럼, 혹은 작열하는 태양아래 이방인같이 재미없어진 사회를 고뇌하며 어느 순간 맞이한 현실에 힘이 부쳤던 그런 시절이었다.
“ 나는 가르칠 테니 형은 글을 쓰시오.”라고 말하듯 난 철이 너무 들었고 여전히 낭만적 상상을 하던 형은 글 쓰는 것을 업으로 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공부도 하고 습작도 하다가 현실에서 도피하듯 어느 날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
가보지 않은 길은 누군가 간 길이고,
내가 걸어온 길 또한 항상 누군가의 발자국이 있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알지 못하는 길이란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가지 않은 길일뿐이다.
가끔은 우리는 내가 가지 않은 그 길을 상상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언덕을 만나 오르기도 하고, 비탈길을 신나게 뛰어 내려가기도 한다. 그리고 잠시 바위에 앉아 쉬었다가기도 한다.
가르치는 길은 누구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것이고, 그 사람의 갈 길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 상상이 꿈이다. 꿈꿀 수 있다는 것은 아직 선택하지 않았거나, 혹은 다른 길로 왔을 때, 걷지 않음에 대한 상상이다.
그래서 가르치는 것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상상이다.
지금도 아이들이 상상하지 않고 견디고만 있음이 안타깝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음이 무기력해진다. 그래서인가?, 가끔은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한 회한과 후회가 남는다.
자꾸 돌아볼 필요는 없다. 어차피 길을 되돌아갈 수는 없으니 지금 내 앞에도 무수히 많은 갈림길이 선택을 기다리며 오고 있다.
나, 너 그리고 우리가 가는 길에는 잘 못된 길은 없다. 단지 지금 걷고 있는 길의 현실과 가지 않은 길의 상상만이 존재할뿐…
제주 올레길을 걷다 수월봉을 지나 고산에 도착할 무렵 나타난 꿈같은 섬, 차귀도.
이곳을 걸을 때, 난 여기가 ‘바람이 불어오는 곳’ 임을 알았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아래로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꿈에 보았던 그 길 그 길에 서있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볼 하늘과 사람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햇살이 눈부신 곳 그곳으로 가네
바람에 내 몸 맡기고 그곳으로 가네
출렁이는 파도에 흔들려도 수평선을 바라보며
햇살이 웃고 있는 곳 그곳으로 가네
나뭇잎이 손짓하는 곳 그곳으로 가네
휘파람 불며 걷다가 너를 생각해
너의 목소리가 그리워도 뒤돌아 볼 수는 없지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다음 주 토요일 10화를 마지막으로 연재는 마감합니다. 그리고 잠시 잠, 휴식, 나에게로 여행(?) 등을 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연재와 글을 읽고 공감해주시신 모든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23.9. 27.. 로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