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단위 기록으로 발견한 시간 도둑들과 반성의 연속
어제 밤, 하루를 마무리하며 다이어리를 펼쳤어요. "오늘 뭘 했더라?" 하고 생각해봤는데, 기억이 희미하더라고요. 분명히 바쁘게 보냈는데, 정작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실감이 안 나는 거예요. 그래서 결심했어요. 이제부터는 시간 단위로 다이어리를 써보자고요.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오늘 일어난 일들을 시간대별로 적으면 되겠지?" 하지만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복잡하더라고요. 몇 분 단위로 기록해야 할지, 어느 정도까지 자세히 써야 할지...
그러다가 얼마 전에 썼던 시간 블로킹에 대한 글이 떠올랐어요. 하루를 30분 단위로 나누어서 계획하는 방법 말이에요. "아, 이 방식을 다이어리 기록에도 적용해볼까?"
여러분도 아시죠? 그 기분. 새로운 방법을 발견했을 때의 그 설렘. 마치 새로운 도구를 손에 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첫날 기록을 시작했어요. 30분마다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적어보기로 했거든요.
07:00-07:30: 기상, 세면, 침실 정리
07:30-08:00: 아침 식사, 뉴스 확인
08:00-08:30: 블로그 포스팅 아이디어 정리
08:30-09:00: 영상 편집 프로그램 켜고 작업 준비
이런 식으로 시작했는데, 하루 종일 30분마다 기록하는 게 생각보다 번거로웠어요. 하지만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요. 제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 거예요.
제 머릿속은 그때 마치 CCTV 모니터링 센터 같았어요. 제 하루의 모든 순간들이 기록으로 남겨지면서, "아, 내가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라는 걸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거죠.
특히 충격적이었던 건, 제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그냥" 보내고 있는지 알게 된 거였어요.
14:30-15:00: 점심 후 휴식(핸드폰 보기)
15:00-15:30: 영상 편집 시작하려다가 또 핸드폰
15:30-16:00: 블로그 글 쓰려다가 유튜브 시청
이런 기록들을 보면서 "아, 내가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구나" 하는 반성이 들었어요. 특히 "핸드폰 보기"가 하루에 몇 번씩 등장하는 걸 보니, 정말 뜨끔했거든요.
진짜였어요. 물론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지만요. 저는 제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내고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고요.
일주일 정도 기록하다 보니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점심 먹고 나서 2시간 정도는 항상 집중력이 떨어지고, 저녁 7시 이후에는 거의 생산적인 작업을 안 하고 있더라고요.
20:00-20:30: 저녁 식사
20:30-21:00: TV 시청
21:00-21:30: 침대에서 핸드폰
21:30-22:00: 유튜브 시청
22:00-22:30: 또 핸드폰...
이런 기록들을 보면서 부끄러웠어요. "저녁 시간을 이렇게 보내고 있었구나." 예전에는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저녁 3시간을 거의 의미 없이 보내고 있었던 거죠.
그 순간, 제 뇌 속 '반성 조종사'가 활성화되면서 "이제 정신 차리자"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어요.
기록을 하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제가 "바쁘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실제로는 그렇게 바쁘지 않았다는 거예요.
10:30-11:00: 영상 편집 중 SNS 확인
11:00-11:30: 블로그 글 쓰다가 냉장고 뒤져서 간식 먹기
11:30-12:00: 작업 재개, 그런데 집중 안 됨
"바쁘게 작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30분 중 10분 정도만 진짜 작업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아무도 나한테 그렇게 하라고 한 적 없었는데, 나는 굳이 "바쁜 척"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왜냐고요? 나니까요. 바쁘게 사는 게 성실한 거라고 착각하는 나니까요.
2주차부터는 단순히 기록만 하는 게 아니라, 반성도 함께 적기 시작했어요.
19:00-19:30: 또 핸드폰... (반성: 이 시간에 영상 썸네일 작업했으면 좋았을 텐데)
21:00-21:30: 의미 없는 유튜브 시청 (반성: 내일은 운동하는 시간으로 바꿔보자)
이런 식으로 잘못 보낸 시간에 대해 스스로 피드백을 주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음 날에는 조금 더 의식적으로 시간을 보내게 되더라고요.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완벽하게 계획대로 해본 적이 없는데, 다이어리 기록은 달랐어요.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시간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거든요.
내 머릿속은 이제 마치 정확한 시계 같아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어디서 시간이 새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된 거죠.
한 달 정도 지나니까 확실한 변화가 느껴졌어요. 일단 핸드폰 보는 시간이 줄어들었어요. "또 핸드폰..."이라고 적는 게 부끄러워서, 자연스럽게 다른 걸 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저녁 시간 활용도 달라졌어요. TV나 유튜브 대신 책을 읽거나, 간단한 홈트레이닝을 하거나, 아니면 다음 날 영상 기획을 세우는 시간으로 바꾸기 시작했어요.
특히 좋았던 건, 하루를 마무리할 때 성취감이 들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다이어리를 보면서 "오늘은 블로그 포스팅도 완성했고, 영상 편집도 50% 진행했구나"라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요즘에는 기록 방식도 더 세밀해졌어요. 단순히 "뭘 했는지"뿐만 아니라, "어떤 기분이었는지", "집중도는 어땠는지"도 함께 적고 있어요.
09:00-09:30: 영상 편집 작업 (집중도: 8/10, 기분: 좋음)
09:30-10:00: 블로그 키워드 리서치 (집중도: 6/10, 기분: 약간 지루함)
이런 식으로 적다 보니, 어떤 작업을 할 때 제가 가장 효율적인지도 알 수 있게 됐어요.
가끔 친구들이 "다이어리 쓰는 거 귀찮지 않아?"라고 물어봐요. 처음에는 확실히 귀찮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안 쓰면 불안해요. 하루를 정리하지 않고 끝내는 기분이라서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진짜로 "갓생"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물론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살고 있거든요.
다이어리 기록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큰 변화는, 시간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다는 거예요. "이 30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항상 생각하게 되었고, 그 결과 더 의미 있게 살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여러분,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시간 단위 다이어리를 써보세요. 처음에는 부끄러운 기록들이 많이 나올 거예요. 하지만 그게 바로 변화의 시작이거든요. 음... 그냥 지금 이 시간도 다이어리에 "블로그 글 읽기"라고 적어봐야겠네요. 갓생 사는 연습은 지금 이 순간부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