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 1시간이 주어진다면 세상이 바뀔 텐데
"나 육아휴직하기로 했어."
첫째는 초6
둘째는 6살
부산에서 나고 자라
남편의 서울 발령과 함께
10년을 정말 쉼 없이 일하며 아이들 키우며 살았다.
낯선 타지에서, 또 부모님 도움 없이 아이 둘을 키우는 맞벌이 부부의 삶이 어떠한 지 10년을 지켜봤다.
친구의 육아휴직은,
초6 아들을 위한 결정이었다.
아이가 당분간만이라도
엄마가 집에 있으면 좋겠다는 말에
마이너스 통장과 대출이 눈앞에 펼쳐졌지만,
언제나 그랬듯 아이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
그렇게 6개월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친구가 복직한다.
"휴직하니 어땠어?"
"아침에 화를 안 내게 되더라."
"니도 화를 냈어?"
"예전엔 유진이 어린이집 데려다줄 때면 그냥 또 안 가잖아. 화단에 꽃도 보고, 곤충보이면 또 앉아서 더 보려고 하고... 그럴 때는 나도 출근해야 하고 마음이 급하니까 애한테 화내게 되더라고."
"그랬구나."
"그런데 휴직하니까 어린이집 가는 길에 유진이가 뭘보든 같이 보게 되고 기다려주게 되고..."
오래 켜둔 노트북의 열기가 손바닥에 전달되듯
여유 없고 바쁜 일상의 열기가 아이들에게 화로 전달됨을 인정하게 되었다.
나도 아침이 가장 힘들다.
출근을 위해 출발해야 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아이는 나와 같은 마음으로 준비하지 않는다.
아이와 내가 학교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은 동일한데
나는 간단하게라도 먹을거리를 준비해야 하고,
출근을 위해 꾸미는 시간도 필요하다.
더 일찍 일어나면 좋겠지만
그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러니 매일 아침은 여유도 없고
결국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된다.
'왜 엄마를 도와주지 않는 거냐고..'
나도 친구도
아이에게 화를 내는 건 아이가 미워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여유가 없었던 거다.
맞벌이 가정의 아침 풍경은 어떠할까.
다른 한 친구는 직장이 멀어 7시에 집을 나선다.
그 뒤 아이 둘의 등교 준비는 친정엄마의 몫이다.
보통 아이들이 학교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은 8시 30분
보통 직장의 일이 시작되는 시간이 9시라면 아이보다
엄마는 더 일찍 집을 나서야 한다.
그럼에도
아침마다 여유 가득
미소 가득함으로 현관문을 나서는 집은 얼마나 될까.
아이를 두고 먼저 나오는 엄마의 마음은 어떠할까.
겨우 잠이 깨 식탁 앞에 앉는 아이를 두고
나오면 운전하는 40분 내내
마음이 천근만근이다.
라디오도 음악도 귀에 안 들린다.
"이제 나왔어요."
라는 아이의 전화를 기다리며 시간만 확인한다.
아침 등교 시간보다 더 일찍 학교에 도착해야 하는 아이들을 위한 돌봄 서비스가 학교마다 운영 중이다.
맞벌이 가정에게 참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이 서비스가 좋아서 이용하는 건 아닐 거다.
교직원과 친구들이 없는 학교.
화단 속 새 지저귐이 유난히 크게 들리는
돌봄 교실 속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나는 솔직히 10시까지만 출근해도 정말 할 만할 것 같아!"
육아시간, 출퇴근시간 유연제로 출근 시간을 늦추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은 일부 직장의 이야기다.
아침 일찍 아이가 올 수 있는 학교를 만들게 아니라
엄마가 아침에 아이 등교만이라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해줄 수 있도록 하는 건 어떨까.
나에게 더 주어진 아침 1시간의 여유.
그 시간을 아이에게 쓰도록.
따뜻한 포옹으로 깨우고
아이가 아침 먹는 모습을 옆에 앉아서 지켜보고
친구들과 함께 등교하는 뒷모습을 향해
웃으며 손 흔들어 줄 수 있는
그 아침의 여유.
그럼 아이도, 엄마도
하루가 더 편안하지 않을까.
편안한 마음으로 도착한 직장과 학교에서도
그 마음이 종일 지속되지 않을까.
아이도
부모도
평온하게
자신과 타인을 대하는.
열 가구중 일곱이 맞벌이 가정인 시대다.
요즘 아이도, 학부모도 부쩍 화가 많아졌다.
그 원인에
아침의 여유 없음이
그로 인한 하루의 시작이
조금도 관련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