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한테 이렇게 가끔 놀란다.
현준아,
올해 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나의 귀염둥이-
우리 만난 지 한 학기가 다 되어가는데
매 시간
너는
선생님의 앙다문 입술과 고개 끄덕임의 신호를 받는다. 그지?
"미안한데 정말 하나도 못 알아보겠어. 다시 써와."
"풀을 왜 손에 바르고 있니?"
"입 안에 음식 다 보인다!"
"왜 무릎이 뒤를 보고 있나요?"
"복도에서 춤추는거? 교실로 들어가!
그럴 때면
넌 위아래 입술을 동그랗게 말고 얄금히 날 쳐다보지.
언제쯤 내 사랑의 굴레에서 벗어날래?
"선생님! 오늘 체육 시간에 현준이가 화가 엄청났어요!"
"왜?"
마침 4교시 시작종이 울린다.
"현준아, 너 왜 체육시간에 영진이한테 화낸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그래, 얘기해 봐"
"아니~ 영진이가 그러면 안 되거든요."
"뭘?"
"아니, 영진이가 진희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되거든요."
"뭐라고 했는데?"
"아니... 진희가 장애인이라서 그렇다고..."
그러자 영진이가 발끈한다.
"아니, 나는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 배구를 어려워하니까 그래서..."
"아니! 그럼 속으로만 생각했어야지! 왜 앞에서 말해. 그게 잘못된 거지!"
"싫어하지 않았는데?"
"기분 나빴을 수 있잖아!!"
우리 반은 통합학급이고 진희는 특수교육대상학생이다.
아이들이 아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특별히 다르게 대하지도 않고, 가끔은 도와주기도 하며 평범하게 지냈다.
10살, 아직 어리니까 자세히 모르는 듯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거다.
오늘
영진이가 진희에게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쓴 것에
현준이는 화가 무지났다.
늘 아가야 같은 현준아,
오늘 선생님은
네 안에 있는
듬직한 현준이를 만나서 반가웠다.
종종
오늘 본 현준이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고맙다.
선생님 아까 눈물 찔끔- 했어.
오늘 점심시간엔
너의 노래와 엉덩이 춤을
견디어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