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서 징징거리지 마.
오늘은 방학식 날.
"자, 오늘 1학기 마지막 날이네.
아침 열기 합시다."
"저의 오늘 아침 감정은 <행복>입니다.
왜냐하면, 내일 제주도 여행을 가기 때문입니다."
음.
"제 감정 단어는 <설렘>입니다.
왜냐하면 8월 21일부터 일본을 가기 때문입니다."
음.
아이들의 눈빛이 흔들린다.
"제 감정 단어는 <신남>입니다.
왜냐하면 베트남으로 여행을 가기 때문입니다."
음.
아이들의 얼굴이 창백해져 간다.
이쯤 되면, 내가 나서야 할 때인가.
"자, 오늘 감정 단어 말하기는 여기까지."
"민찬이, 규민이, 서준이는 해외여행을 가는구나.
얘들아, 선생님은 해외여행 안 가. "
아이들의 눈빛이 살아난다.
"선생님은 집이 제일 좋아. 집에서 푸~욱 쉴 거야.
1학기 동안 너희 가르친다고 얼마나 애썼어, 그지?"
"네!"
"그래서 집에서 푹 쉴 거야. 외국 안 가고.
그리고 방학 때 꼭 외국 안 가도 돼.
사람마다 쉬거나 노는 방법이 다르잖아?
나한테 맞는 방법대로 놀면 돼.
집에 가서 왜 우리 집은 외국 안 가냐고 그런 말하면 안 돼~~"
"네~~!"
우리 집 누구처럼
누구는 일본 간대.
누구는 베트남 간대.
누구는 어디 간대.
집에 가서 징징거릴 게 뻔하다.
그럼 또 부모는 가슴이 쪼그라들겠지.
이러니 애 키우기 갈수록 어렵다.
이제 애들은
누가 어딜 가든
상관없다.
선생님이 아무 데도 안 가니.
선생님은 나랑 똑같은 신세다.
"00 샘은 방학 때 어디 안 가?"
방학 때 해외여행을 가지 않는다고 하면
왜 본인들이 안타까워하는지.
반박하기도 귀찮아 나도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암튼,
나와 같은 신세인 우리 반 19명아
우리 기죽지 말고
각자의 방식으로
당당하게 방학 잘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