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싫으면 끝
"제게도 많은 지인들이 자녀교육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부모와는 대화하고 싶어 하지 않으니, 대신 아이를 만나주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자녀교육 절대공식 중-
발령 첫 해, 옆 반 부장선생님.
지금은 교장선생님이 되셨다.
그때 초등학생이었던 자녀들이 이젠 직장인이 되었고.
종종 교장선생님 생각이 난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잘 들어주신다.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툭' 던져주신다.
감동이는 어때? 잘 크고 있지?
"아휴~ 말도 안 듣고요. 옷도 맨날 검정 세트로만 입고 다녀서 엄마가 옷 안 사주는 애처럼 다녀요. 커갈수록 자기주장도 강해지고 점점 힘에 부치네요."
"허허, 많이 컸네.(잠시 생각하시더니) 어때? 밥 먹을 때나 가만히 보면.. 표정이나..
말 안 하고 그러진 않아?"
"말이요? 엄청하죠. 정신이 없게 말은 해요."
"말해? 말하면 된 거야.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말하면 괜찮아. 말 안 하면 그건 문제가 돼."
말을 한다.
말을 하지 않는다.
말을 해서라도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말로 내 마음을 알리기도 싫다.
말싸움을 해서라도 상대방과 생각의 거리를 좁히고 싶다.
말싸움에 나의 어떤 에너지도 쓰기 싫다.
그래, 어쩌면 말을 한다는 건
좋은 거였다.
나도
뭔가 성향이 맞지 않고 몇 번의 대화로도 갑갑함을
느꼈을 땐 그 사람에게 입을 닫게 된다.
싫은 말도 안 하고 싶다.
말하는 것 자체가 마음이고, 시간이고 에너지다.
'손절'
주식 투자에서 쓰이던 용어가 인간관계에서 유행처럼 쓰인다.
'관계를 끊다.', '관계를 정리하다.'
좋은 말이든, 싫은 말이든
서로 주고받는다면
또는 일방적으로 준다면
아직 손절은 아닌 것이다.
손절은 곧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3살 아이도 아니고
"엄마 싫어, 엄마 미워."라는 말에
화나고 서운하고 속상하고
주체할 수 없는 감정하락에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직은 엄마에게 말하고 싶은 거라는 걸..
자랄수록 서서히 말이 줄어들겠지.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에서의 말 줄임이 아닌.
문득, 내 아이가
'엄마한테 얘기해 봤자지.'
'아 정말 엄마랑 얘기하기 싫어.'
라는 생각이 든다면...
뭔가 모를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럼 너무 슬프고 외로울 것 같다.
'요 녀석이 나를 뭘로 보고 이럴까.'
'내가 네 친구니?'
속이 부글부글 하지만.
이런 문자 반응도 참 어이가 없지만-
이렇게라도
답장을 해줌에
반응을 해줌에
말을 해줌에
감사해야 하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