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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Jan 21. 2020

[국보 23호] 청운교와 백운교, 불국사 시리즈④

   불국사는 토함산 경사를 해결하기 위해 석축을 만들어 평평한 지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 석축을 올라가는 계단으로는 동쪽에 청운교와 백운교, 서쪽에 연화교와 칠보교가 있고 각기 현세의 석가모니와 극락왕생의 아미타여래의 세계로 인도한다. 서쪽의 연화교와 칠보교는 국보 22호, 동쪽의 청운교와 백운교가 국보 23호다. 불국토를 건축적으로 구현한 불국사는 전체적으로 일망해도 그 우수성에 놀라게 되지만 구체적인 디테일을 확인하면 그 섬세함에 흠뻑 취하게 된다. 불국사의 그 구체적인 정교함이라 함은 바로 석축에 있다. 본디 사찰은 목조건축이 주는 나무의 향을 맡아야하지만 불국사는 돌의 정성스러운 아름다움을 느끼고 올 수 있는 곳이다.


사진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사진출처: 경남신문


   돌의 질서가 교태스럽게 이루어진 석축을 응시하고 있자면 일종의 현대추상화를 보는 느낌이다. 북한의 건축학자 리화선은 불국사 석축을 일컬어 "경사지를 두 개의 단으로 조성하고 거기에 석축을 쌓았는데 아랫단은 자연미나게 쌓았으며 윗단은 다듬은 돌로 모두 인공미나게 쌓았다. 그리하여 단순한 가운데서 변화를 주며 또 자연미로부터 인고미에로의 체계성 있는 변화를 안겨오게 하였다." 고 설명한다. 그리고 미술사학자 겸 평론가의 대부 최순우 선생은 "크고 작은 자연괴석들과 잘 다듬어진 장대석들을 자유롭게 다루면서 장단 맞춰 쌓아올린 이 석단의 짜임새를 바라보면 안정과 율동, 인공과 자연의 멋진 해화에서 오는 이름모를 신라의 신비스러운 정서가 숨가쁘도록 내 가슴에 즐거운 방망이질을 해주는 것이다." 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불국사의 석축은 자연석과 인공석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말들이다. 이렇게 인공석을 무정형의 자연석과 맞추기 위해 그 선에 맞추어 인공석을 깎는 형식을 그렝이 기법이라고 한다. 원래 그렝이 기법은 목조건축에서 사용하는 공법이지만 불국사를 포함한 한국의 몇 건축에선 돌을 통해 그렝이 기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참고로 그렝이 기법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기법이다.



  무지개다리인 청운교와 백운교에도 종교적 상징이 담겨 있다. (위가 청운교, 아래가 백운교다.) 청운교와 백운교는 총 33개인데 이는 33천의 세계를 의미한다. 무엇보다 청운교와 백운교 측면에 아치형으로 텅 빈 공간은 불국사 입구의 정다운 풍경을 만들어내는데 한 몫하고 있다. 청운교와 백운교를 다 오르면 석가모니의 세계로 들어오기 전 자하문을 거쳐야 한다. '자하'는 부처님 몸에서 나오는 자줏빛 금색 안개이다. 이 안개를 뚫고 나면 비로소 우리는 석가탑과 다보탑의 이불을 볼 수 있다. 


사진출처: 출사코리아

   불국사에서 엿볼 수 있는 돌의 곡진함은 불국사 곳곳에 포진해 있다. 공간과 공간을 잇는 길목마다, 부처를 모신 곳마다, 아무 의미 없는 길 위에도 호방하게 혹은 수줍게 혹은 유현하게 불국토를 완성시켜주고 있다. 민족미술의 위대함을 배우러 가려면 종묘를 가야하지만, 미술 자체의 아름다움에 반하려면 불국사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종묘를 통해 미술 자체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불국사를 통해 민족미술의 위대함을 알게 된다면 한국미술의 끝에 도다를 수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 문화유산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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