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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Apr 28. 2020

[국보 94호] 청자 참외모양병, 매병의 곡선

국보 94호 참외모양병 고려청자는 11~12세기 고려청자가 가장 우수하던 시기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순청자다.  고려시대 국왕 인종의 무덤에서 발굴됐다고 전해지는 청자 참외모양병은 도굴되었다가 발견되어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다.


청자 참외모양병의 아름다움은 그 몸매에 있다. 유려한 곡선이 빈번하게 변주되며 특유의 볼륨감을 드러낸다. 위에서 내려오든 아래에서 올라오든 청자 참외모양병의 라인을 따라오면 과연 우리 조상들은 선을 가장 예술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구나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 주구는 만개한 꽃잎 같되 두께를 아주 얇게 해서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몸통의 두툼함은 청자의 탄력성을 돋보이게 해준다. 청자 참외모양병은 총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맨위에는 아무런 선이 구획되어 있지 않아 깔끔하고 몸통은 주름이 넓직넓직하게 새김질되어있으며 가장 아랫부분은 촘촘하고 빽빽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높이 22cm의 별로 큰 편도 아닌데 볼거리가 이토록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고려적인 곡선의 아름다움 중에서도 첫손을 꼽자면 매병을 들어야 한다. 풍요한 어깨에 작은 입을 기품 있게 오그린 청자 매병들을 바라보면 도사렸던 마음도 그만 봄눈 녹듯 풀어진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의 그릇에 이렇게 정답고 품위 있는 모습이 있었을까. 매끄러운 허리에 의젓한 굽, 아직도 오므린 작은 입 안에는 마치 오래 얽힌 고려 사람들의 염원 같은 것이 가득 서려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 병들을 때때로 어루만졌을 하얀 손길이 언뜻 머릿속에 그려지는 거 같기도 해서, 매병의 곡선을 바라보면 고려청자의 곡선에 대한 하나의 경념 같은 것이 마음을 스쳐간다.


-최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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