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하여
4화.
뿌리의 노래 _ 네 계절의 나무별
나무별은 사방이 숲이었다.
뿌리와 가지, 잎들과 꽃들이
길과 강, 마을과 들판을 대신했다.
하늘 위로는 계절마다 색을 바꾸는 햇빛 구름이 떠다녔다. 루메아라 불린 이 땅에는, 계절을 품은 네 종족이 살았다.
북녘의 ‘실바’는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숲의 민족이었다. 가지 끝마다 은빛 얼음꽃이 맺히고, 그 꽃의 서리가 아침마다 흩날렸다. 그들은 뿌리를 깊이 박아 얼음을 녹여 얻은 물로 하루를 열었는데, 그 물은 차가우면서도 달아, 목과 마음을 맑게 했다.
실바들은 말수가 적었으나 서로의 눈빛에 오래 머무는 습관이 있었다. 마을 광장에선, 한 아이가 친구의 턱 밑에 묻은 얼음 가루를 조심스레 털어주며
“춥지?”
하고 속삭였다. 그 짧은 말이 하루를 덮는 온기가 되었다. 겨울 숲에는 바람 대신 눈발이 춤추었고, 아이들은 얼음 위 서리 무늬를 따라 달리며 웃음을 흘렸다.
동녘의 ‘비르디’는
연둣빛 새싹의 땅에서 살았다.
봄바람이 불면, 흙 속 깊이 스며든 꽃향기가 들판을 덮었고, 빛줄기 속에 꽃가루가 흩날렸다. 이들은 매사에 손길이 부드럽고 말끝이 길었다. 작은 가지 하나에도 이름을 붙였고, 꽃잎이 떨어지면 그것이 다시 돌아올 날을 약속처럼 이야기했다.
어느 날, 한 소녀가 새싹 앞에 쪼그려 앉아
“너는 오늘도 조금 자랐구나”
하고 말하자, 옆에 있던 소년이 웃으며
“내일은 더 클 거야”
하고 대답했다. 두 사람은 새싹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오래도록 웃었다.
서녘의 ‘솔리스’는
태양빛 속에서 자랐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따뜻한 바람이 지나가고, 잎 위에 맺힌 꿀 같은 즙이 햇빛을 머금었다. 솔리스들은 목소리가 크고 웃음이 잦았다. 해가 머리 위에 있을 땐 일도 노래하듯 하고, 저녁이 되면 그림자를 길게 늘여 달리기를 즐겼다.
어느 여름날, 젊은 사냥꾼이 친구와 내기를 했다.
“누가 그림자를 더 길게 늘릴 수 있나?”
둘은 해가 지는 언덕을 향해 전력으로 달렸고, 땅 위에 드리운 두 그림자가 겹치자, 그들은 숨을 헐떡이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남녘의 ‘아우룸’은
황금빛 낙엽의 숲을 거닐었다.
그들은 잎이 떨어지는 소리를 귀향의 발걸음처럼 들었고, 오래된 이야기를 차분히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낙엽이 부드럽게 깔린 마을 광장에서, 노인이 손주에게 말했다.
“저 잎은 내 어린 시절 친구야. 봐, 돌아오고 있지.”
손주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떨어지는 잎을 따라 걸었다. 그 걸음은 느렸지만, 발자국마다 금빛 향기가 묻어났다.
겨울의 물은 봄의 꽃을 키우고,
봄의 꽃은 여름의 열매를 맺히게 하며,
여름의 열매는 가을을 물들이고,
가을의 낙엽은 겨울의 뿌리를 덮었다.
종족들은 각자의 땅에 머물렀으나,
계절의 경계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 만남은 잠시였지만, 모두가 같은 세계의 숨결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했다.
이곳에선
‘세상 밖’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하늘 끝 너머에도 숲이 이어져 있고,
뿌리 깊은 곳에도 별의 심장이 뛴다고 믿었다.
모든 것은 이 안에서 순환하며 이어졌고,
그것을
영원이라 불렀다.
그리고 그 영원은,
변함없이 계속될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