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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말, 하나의 진실

언어의 전장

by 영업의신조이

배려 없는 충실함



날개를 만든 손끝

폭탄을 설계한 두뇌

수송을 지휘한 무표정한 얼굴


그들은 충실했고

성실했다

그러나

그러나...

배려는 없었다


양심이 지워진 충실함은

돌처럼 굳은 심장이 되어

인류의 시간 위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악은 괴물의 얼굴이 아니다


서류를 넘기는 손끝!

기계를 돌리는 눈빛!

아무렇지 않은 하루의 반복!


그 속에서 조용히 번져가는

그림자로 피어난다


배려 없는 충실함은

성실이 아니라 파괴다

사랑과 책임이 빠져나간 충실함은

죽음을 향해

기계처럼 걸어간다


역사를 지탱하는 것은

진보한 기술이 아니다


마지막 순간을 붙드는 것은

타인의 고통 앞에서 머뭇거리는


한 사람의 눈빛

행하기 전

아직 말해지지 않은

작은 떨림일 것이다




***이 시는 장덕영 작가님의 「한나 아렌트의 생각」에서 건네받은 통찰을 바탕으로, ‘악의 평범성’에 대한 시적 사유를 확장하여 창작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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