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02
언젠가는 이 푸르고 아름다운 별, 지구에서 각자의 삶을 완성하고 한 줌의 재가 되어 우주 어디론가 떠날 것이다. 나는 저 밤하늘에 반짝이는 한 떨기 별이 될 수 있을까? 현대물리학에 의하면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주요성분이 C H O N 즉 탄소 수소 산소 질소 등인데 하늘의 별들과 일치한다고 한다.
수백억 년을 거쳐 끊임없이 별들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생명체가 탄생했 듯이 훗날 나도 다시 저 밤하늘의 별이 될 수 있을까.
‘도둑맞은 미래’는 20세기 후반의 북극과 남극은 물론 전 지구촌의 각종 야생 동물을 대상으로 합성화학 물질인 (다이옥신 클로르데인 DES DDT DDE PCB)등 환경호르몬 교란에 의한 불임 및 기형뿐 아니라 행동 장애 그리고 생식기 변이로 인해 중성체가 되는 기이 현상을 탐구하고 실험한 생생한 보고서다.
또한 유독물 누적으로 인해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암을 유발하는 원인까지도 실험하였다. 18세기 유럽의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인간들의 무지한 탐욕이 빚어낸 결과가 이 엄청난 충격으로 되돌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85년 서울 D동에서 음악학원을 운영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그 아이는 체격이 좋고 말수가 적은 보통 남자 아이었다. 2년 넘게 가르쳐 온 그 아이가 다만 피아노 앞에 앉을 때면 점점 무기력해 보였고 땀을 많이 흘린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여겼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아이 엄마가 찾아와 학원을 그만 다녀야겠다며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았다.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빠른 속도로 남성 호르몬이 여성 호르몬으로 교란되어 가슴이 커지고 생식기가 작아지는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사에 무기력해지고 식은땀을 많이 흘린다고 했다. 한방 치료 중이며 엄청난 비용을 들이지만 완치를 장담할 수 없다고 비통한 심정으로 말하는 그 엄마의 손을 맞잡고 함께 가슴 메인적 있었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때의 일을 떨칠 수가 없다.
손가락만 까딱해도 온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는 21세기 우리들의 일상은 날마다 감당할 수 없는 사건 사고들과 뒤엉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욕의 고삐를 놓을 수 없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아이러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희망은 있는가? 혹여 너무 멀리 와버려서 불구경만 해야 되나?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흔히 문명이 덜 발달한 국가를 빗대어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고 하지 않던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환경을 돌보는 일이 바로 그런 거 같아 절망보다는 희망에 운명을 걸고 싶다.
본 책자에서도 문제점을 제시했듯이 그간 동물 위주로 실험했던 것을 인간에 대한 노출의 성질과 정도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구체적으로 실험해야 할 것이며 앞으로 분명 인체도 본능적으로 환경오염에 대한 적응력 진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다고 썼다. 그 사실이 궁금할 뿐이다.
자본주의가 팽배한 정치사회구조로는 환경 정책이 얼마나 초라하고 어리석은 것이라는 것도 수 차례 겪어왔다. 하지만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는 지구, 나의 미래가 위독하다. 털끝만큼 작은 힘이라도 의식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아기부터 생활 습관을 통한 조기교육이 필수적이다.
유럽 국가들처럼 숲 유치원 같은 교육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어떨까? 숲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고 본다. 가끔 주말에 손자들이 온다고 들뜬 마음으로 텃밭에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정성껏 준비하지만
기어이 지네 집에서 먹던 습관대로 햄이나 치킨을 찾다가 거절당하면 계란말이라도 해내라고 떼를 쓰는 아이가 참 야속하고 속상할 때가 많다.
하기야 흙을 밟아보지 않은 그 애들이 무슨 의미인지 알 리가 없다. 농경사회 체험을 하고 자란 우리 세대들은 도시 생활을 하더라도 식생활습관이 자연 친화적인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마침 화장지가 떨어져 거실에서 쓰던 크리넥스 티슈로 뒷일을 처리하다가 무심결에 손에 묻히고 말았다. 제기랄! 나도 모르게 확 짜증이 났다. 평소에 엠보싱 화장지를 썼던 탓에 부드럽지만 미끄러져 일을 저지른 경우다.
한참 후에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언제부터 우리가 화장지 타령하고 살았다고. 지푸라기로 뒤처리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렇게 간사한 것이 인간의 속성인가 보다. 그러니 이 아득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자연주의로 돌아가야 마땅하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자연을 학대하며 착취한 인간들의 오만 불순함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지나친다면 결코 재앙은 진행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연에서 받은 축복을 조금이라도 갚으려는 아량으로 지구의 아픔을 헤아려야 한다.
분리수거 날이면 늘 이런 생각이 든다. 무식하면 쓰레기도 맘대로 못 버리는 세상이라고. 어찌나 복잡 미묘한 부산물들과 과대 포장으로 인한 산더미 같은 쓰레기 더미를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제 환경 의식에 대해서만큼은 모르면 독이요. 알면 보배가 되는 절실함이 꼭 필요한 때다.
평범한 주부이기에 나의 작은 행보는 가족 건강을 잘 챙겨야 하는, 작지만 큰 사명감을 다짐해 본다. 혹 내 몸의 구성 성분이 본래의 것이 아닌 환경 호르몬에 노출되어 다이옥신 클로르데인 DES DDT DDE PCB 등으로 훗날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되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원귀寃鬼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