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풍자
전 몰랐습니다. 당신이 이렇게 떠나버릴 줄. 전 몰랐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이렇게 빨리 식어버릴 줄. 전 몰랐습니다. 당신의 사랑이 이리도 가벼운 것일 줄. 전 몰랐습니다. 당신과 함께할 시간이 이렇게 짧을 줄. 전 몰랐습니다. 당신과 함께하겠다는 저의 기대가 사치스러운 희망일 줄. 전 몰랐습니다. 우리가 함께 써 내려갈 소설이 장편도, 중편도, 단편도 아닌 하나의 옆편으로, 그도 아닌 하나의 시로만 끝날 줄. 우리의 이별이 아름답지 않았으니, 우리의 사랑은 시로 남지도 못하겠지요.
전 믿었습니다. 저를 향한 당신의 그 확고한 마음을. 전 믿었습니다. 당신이 그리는 저와 함께하는 미래, 그 미래를 지켜내리라고. 전 믿었습니다. 당신이 그때 저에게 속삭였던 사랑의 말들. 그것이 진심이라고. 전 믿었습니다. 당신이 제게 했던 말들, 그리고 당신은 그 말을 지킬만한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걸. 전 믿었습니다. 당신이 저를 통해 좋은 방향으로 변할 것이라고. 전 믿었습니다. 전 당신 삶의 일부가 되리라고.
전 기억합니다. 저를 보던 당신의 열렬한 의지를. 전 기억합니다. 당신은 저를 만나기 위해 항상 좋은 옷을 골라 입고 왔었습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절 기쁘게 했습니다. 전 기억합니다. 당신과 제가 함께해서 행복했던 시간, 당신은 저와 함께해서, 저는 당신과 함께해서 의미가 있었던,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전 기억합니다. 당신이 저와 함께함을 통해 긍정적으로 변해가던 그 모습을. 전 기억합니다. 내일 만나자는 당신의 말을. 마지막이었던 그 말. 전 기억합니다. 잠깐이지만 뜨거웠던 시간. 너무나 뜨거웠기에 빨리 사위어버린 건가요?
미안합니다. 저도 몰랐습니다. 이렇게나 당신을 힘들게 할 줄. 미안합니다. 제 욕심이 이렇게 당신을 멀리 떠나보낼 줄 몰랐습니다. 미안합니다. 저와의 시간이 기쁘고 보람차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고통도 수반되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미안합니다. 애써 외면했었습니다. 저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기운이 빠져 힘들어하셨다는 걸 알면서도. 미안합니다. 이렇게 당신을 몰아붙여도, 어리광 부려도, 힘들게 해도 당신은 제 곁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 기다립니다. 당신이 저에게 돌아오기까지. 전 기다립니다. 당신이 다시 한번 저에 대한 마음을 품어주기까지. 전 기다립니다. 당신이 저와 함께하는 시간을 그리워하기까지. 전 기다립니다. 당신이 저와 의미를 만들어가기까지. 전 기다립니다. 당신이 저를 통해 변해가기까지. 전 기다립니다. 당신이 잊었던 저의 가치를 기억할 때까지. 전 기다립니다. 당신의 사랑을 다시 느낄 수 있을 때까지. 전 기다립니다. 당신과 내가 함께할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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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후 한달이 지난 헬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