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쉼표

by 겨울햇살

추운 겨울날, 집에만 있기도 답답해서 나는 개천으로 걸어 나갔다. 평소처럼 백로들은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꼿꼿한 자세로 먹이사냥을 위해 매복 중이었다.


무심코 걷다가 개천을 보니 물 위에 뭔가가 떠 있었다. 길쭉한 노란색 지푸라기와 가벼운 하얀색 털 더미 같았다. 누가 버린 스티로폼인가.


'아니, 백로가 옆으로 누워있다니...'


커다란 새의 죽음은 처음이었다. 멈춰 서서 바라보는 동안, 나는 '끝'에 대한 거부감이 들었다. 낯설면서도 잊고 있던 어떤 무게가 느껴졌다.


날씨가 너무 추워 나는 지나가야 했다.


매서운 겨울 바람에 맞서 날아 다니느라, 새는 참 고단했겠다. 이제야 편히 쉬는 것 같다. 백로는 마지막 쉼표를 찍는다.


끝인 것 같지만 내 기억 속에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니까 끝은 아니라는 이런 말이 좀 위로가 될까.


며칠 후 그 곳에 다시 가보니, 그 새는 이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흙이 되고 물이 되고 그저 형태를 바꿨을 뿐이다.


이제 곧 따뜻한 봄이 오면 개천 버드나무 밑에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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