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모퉁이 1000원짜리 아지트

by 겨울햇살

봄인데도 여전히 칼바람이 파고들었다. 전통시장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장을 보고 구경도 하다가 조금 쉬고 싶었다. 나는 골목길 안 작은 커피 가게에 멈춰 섰다.


가게 간판도, 문도, 메뉴도 없었다. 그저 사람들이 종이컵에 무언가를 마시길래, 나도 커피를 달라고 했다.


"믹스커피 주세요."

"1000원이에요."


가게 사장님은 믹스커피 봉지 2개를 뜯어 종이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내가 플라스틱 의자에 앉자마자, 커피가 쟁반에 담겨 나왔다.


날씨는 춥고, 커피는 뜨겁고, 맛은 달달하고, 가격은 저렴했다. 나는 삼매지경에 빠져 들고 있었다. 몸이 녹아들고 있을 때, 옆에 앉아있던 할아버지가 한 마디 하신다.


"맛 없으면 내가 살게. 맛 보장이야."

"아, 네네... 맛있어요."


할아버지의 추임새에 나는 오랜만에 웃었다. '아, 이것이 전통시장에서만 볼 수 있다는 사람 냄새구나.' 전통시장을 자주 가지만, 시에서 홍보하는 대로 시장의 정이라느니, 인심이라느니, 싼 가격이라는 말도 느끼지 못했었다.


티켓은 1000원! 시장 골목 작은 섬에 들어가는 입장료이다. 그곳은 시장인데도 소란스럽지 않았다. 다음에도 나를 반겨줄 작고 따뜻한 아지트를 발견했다.


갑자기 할아버지가 10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사장님에게 준다.


"사장님도 추운데 커피 한잔 드셔야지."


'아, 이것은 전통시장에서만 볼 수 있다는 인심이라는 것인가?' 손님의 인심이기는 하다. 사장님이 빠른 손놀림으로 종이컵을 꺼내고 '휘리릭' 젓는다. 생강차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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