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 권태주 Dec 09. 2022

안면 마비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밝았다. 하얀 쥐의 해라는 뜻으로 육십 간지 중 37번째이다. 사람들은 한해를 맞이하며 좋은 일만 가득하고 복이 넘치도록 서로 덕담을 나누었다. 남북한의 관계도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의 평화협정 체결 결렬 이후 소강상태로 접어든 상태였다. 우리 처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태도에 실망하였고, 평양에서부터 기차를 타고 베트남까지 온 김정은은 더욱 큰 배신감을 느끼고 돌아갔을 것이라 짐작하였다.

  나도 안산의 본오초등학교에서 4년의 교장을 마치고 3월부터 부천교육지원청 장학관으로 전직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새로운 직장에서의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학교와 달리 교육청은 교육장-국장-과장-장학사의 수직적 조직이기에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더군다나 출퇴근 시간이 편도 1시간 30분을 운전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여섯 시 삼십 분이면 운전하였다. 동탄에서 출발해서 경부고속도로를 타다가 다시 영동고속도로를 주행하고 이어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부천시로 진입하는 것이다.

  중국 우한에서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나라마다 국경을 봉쇄하고 여행조차도 어렵게 되었다. 2월 대구 신천지 집회에서 시작된 국내 감염사태는 전 국민을 공포에 빠지게 하고 학교에서는 원격수업이 진행되었다. 학교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정은경 중앙방역 대책본부 본부장을 중심으로 확진자의 동선을 찾아내어 진단키트를 통해 검사하고 격리 치료하여 한국을 코로나19 방역의 모범국가로 K-방역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3월부터 이러한 코로나 상황에 학교의 원격수업 상황을 점검하고 직접 학교에 나가서 방역과 돌봄 실태를 확인하는 바쁜 날들을 보냈다. 다행히 감염자 숫자가 줄어들어 1/3 등교라는 최소인원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하였다. 하지만 4월 30일부터 5월 5일까지의 황금연휴 기간에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소재한 다수의 클럽에서 집단감염이 발병하여 수도권에 다수의 확진자가 나오게 된다. 이어서 부천 쿠팡 물류센터 근무자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부천의 학교들에 직접적인 타격이 발생하였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교사가 확진 판정을 받아 해당 학교 전체가 원격수업으로 전환되기도 하였다.

  충분한 휴식 없이 진행되는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대책 수립과 학교 관리는 나의 몸을 점점 지쳐가게 만들고 있었다. 여름은 시작되었는데 다른 해와 달리 장마가 멈추지 않고 지속되었다. 54일의 긴 장마는 코로나19로 지친 국민과 나에게 아픔을 주었다. 주일 아침 일어나 보니 왼쪽 눈이 부었고 얼굴 마비가 오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나는 대부도 밭농사를 하러 가서 농작물을 돌보고 교회 예배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안면 마비가 오면 빨리 병원에 가서 6시간 이내에 스테로이드제 처방을 받고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월요일 출근해서 근무하는데 병원 진료를 받아보라는 장학사들의 권유에 개인병원을 찾아갔지만 대수롭지 않게 안약과 소염제 한 알을 처방해 주는 것이었다. 다음 날 아침 대학병원 응급실에 들러 엑스레이와 CT 촬영까지 마치고 스테로이드제 처방을 받았다.

  다음날은 한방치료를 위해 충북 제천시까지 가서 머리에 금침을 맞고 한약까지 지었다. 일찍이 북경의대에 가서 교수에게 금침을 전수하여 우리나라에서 금침 시술을 해서 유명해지신 분이었다. 그래서인지 한 달도 안 되어서 안면 마비가 풀려 건강을 되찾게 되었다. 우리의 건강은 잘 관리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잃을 수 있다. 그러기 전에 꾸준히 자신의 건강을 돌보고 과로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8월 15일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중심의 광복절 집회 이후 코로나19 감염이 다시 전국적으로 퍼져나가 또다시 수도권 학교에서는 원격수업으로 전환되었다.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마스크 착용과 방역,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한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안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병원에서 안면 마비가 풀렸다는 의사 소견을 들었다. 이 코로나가 빨리 지나가기를 기원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