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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권태주 Jun 14. 2024

시를 통해 헤아리는 삶의 지혜

ㅡ나태주 시인 특강

나태주 시인과 권태주 시인의 만남


대학 1학년 때였나 보다. 그야말로 억지로 들어간 교육대학이라 그런지 강의실에서 듣는 강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럴 때는 도서관에 틀어박혀 영미시인들의 시를 탐독하거나 배낭을 메고 계룡산이나 대둔산으로 혼자 떠나기도 했다. 고독을 느끼며 인생을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낯선 풍광 속에서도 나 자신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어느 날 대학 축제 때 체육관에서 내가 쓴 시를 대학생들 앞에서 낭송했다. '무'라는 시였다. 그런 나를 지켜보았던 석초문학회의 여자 회장이 문학회 가입을 권했다. 나는 기꺼이 수락했고 문학회 회원들의 시화를 대학 잔디광장에 전시했다. 그런데 내 시화를 유심히 지켜보던 중년 남자가 있었다. 저녁때 회원들이 나그네라는 식당에 모여 칼국수를 먹으며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데 낮에 보았던 그 중년 남자가 들어와서 자기소개를 했다. 본인의 이름은 나태주선생이고 공주교대부속초에서 근무한다고 했다. 덧붙여 본인은 시인이고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대숲아래서'라는 시가 박목월시인의 추천으로  당선되어 시인으로  활동 중이라고 했다.


나태주 시인을 만난 이후로 내 삶의 목표가 정해졌다. 나도 시인이 되는 것이다. 틈틈이 시 습작을 하고 창작과비평사, 문학과 지성사의 시인들의 시집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결국 1986년 나태주 시인은 《터》 시동인회를 창간해 권태주와 정혜실, 김희숙, 이심훈, 안태영, 유병국, 유훈근 7명을 모아 활동하도록 도와주셨다. 터시동인지는 문화예술진흥기금을 매년 받아서 13집까지 매년 출간할 수 있었다. 그 이후 나도 대학원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하고 신춘문예에 시 <누군가 그리우면>이 당선되어 시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


40년이 지난 6월 13일 화성오산교육지원청 유, 초, 중, 고 교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태주시인이 특강을 하셨다.

한 시간 동안 그 자리에 서서 특강을 하셨다. 80이 다 되신 노시인께서 정정하게 시와 인생을 이야기하셨다.

얼마 전 100세로 돌아가신 아버님 이야기와 연천 군남초 초임교사 시절  옆반 여교사에게 실연당하고 고향 충남 서천에 내려와 시인이 되었다는 이야기, 교장들에게 선배로서 주고 싶은 말들을 정감 있게 해 주셨다.

강의가 끝나고 모시고 간 나태주 풀꽃문학관에서 소중한 책을 한 아름 선물해 주셨다.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소중한 국민시인 나태주. 지금 그 뒤에 권태주 시인이 묵묵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늘 강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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