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을 연시戀詩

by 시인 권태주

가을 연시戀詩



가을에는

생각들을 주워야 한다.

봄부터 쏟아놓은 수많은 말들과

여름날의 한숨들

쓸데없이 길거리에 내다 버린

소심했던 생각들 모두

거두어야 한다.

땀 흘리지 않은 수확이 어디 있으랴.

들판의 곡식들 곳간에 쌓이기 전에

흘려버린 생각들 낱알 줍듯

주워야 한다.

나뭇잎들 하나둘씩 떨어져

거리에서 힘없이 이리저리 뒹굴기 전에

허한 말들과 뜻 없이 행한 것들 모두

거둬들여야 한다.

밤바람 차갑게 살갗에 스미고

쉬 어둠이 온다.

어둠이 안개처럼 저녁을 메우기 전에

겨울이 소리 없이 유리창에

성에꽃 피우기 전에.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강아지 초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