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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Oct 17. 2023

바람에 눈발이 날리고!-2

상상에 빠진 동화 0517 섣달그믐에 접시를 깼다!

2. 섣달그믐에 접시를 깼다!



함박눈은 일주일에 한 번씩 산골짜기에 퍼부었어요.

마을을 벗어날 길도 찾을 수 없을 만큼 눈이 많이 내렸어요.

다행히

겨울 방학이 시작되어 마을 어린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았어요.


마당 끝자락!

장독대에 앉아 있던 영수는 심심했어요.


"<둔치>야!

어젯밤에 엄마가 접시 두 개를 깨뜨렸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창고 앞에 앉아 햇살을 쬐고 있는 고양이 <둔치>를 보고 영수가 물었어요.


"히히히!

그런 건 내가 잘 예측하죠.

어젯밤에 접시 두 개를 깨뜨린 건 아주 잘한 겁니다."

하고 <둔치>가 말하자


"왜?"

영수가 다시 물었어요.


"히히히!

어젯밤은 섣달 그믐날이라 나쁜 일을 다 털어버리고 새해를 맞이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럼!

엄마가 계획하고 접시를 깨뜨린 거야?"


"그건!

아닐 겁니다.

우연히!

접시가 깨졌는데 하필이면 어젯밤이 섣달그믐이었다는 것이죠."


"그렇지!

어젯밤은 작년 마지막 밤이었지."


"히히히!

섣달그믐에 많은 사람들은 근심 걱정을 다 내려놓고 새해를 맞이하죠."


"맞아!

엄마 아빠도 새해에는 뭐든지 잘 되길 기원하셨어."


"히히히!

고양이는 섣달그믐이나 새해가 없는데 사람들은 참 이상하죠."


"뭐가!

이상한데."


"어제나 오늘이나 다를 게 없잖아요!

그런데

작년과 새해를 나누고 또 새로운 구상을 하잖아요."

<둔치>는 하루하루 똑같은 날을 보내지만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어요.


"사람들이 생각이 많아서 그래!

너처럼 자고 먹고 자고 먹고 그런 삶을 살면 되는데 말이야."


"히히히!

고양이 팔자가 세상에서 최고죠."


"맞아!

먹을 것 주지.

또 맘대로 놀아도 괜찮지.

숙제도 없지.

<둔치> 넌 좋겠다!"
영수는 가끔 <둔치>가 부러웠어요.


"고양이가 되는 것 어때요!"

<둔치>가 영수에게 물었어요.


"고양이!

난 쥐가 싫어서 고양이는 되고 싶지 않아."

영수는 쥐를 무서워했어요.


"히히히!

쥐는 걱정하지 마세요.

야옹!

하고 한 번만 울부짖으면 쥐들은 모두 도망가요."

하고 <둔치>가 말했어요.


"고양이가 되면 쥐들이 무서워할까!"


"히히히!

사람이 고양이가 되었으니 아마도 죽이려고 할 거예요."


"왜!"


"사람들이 쥐약을 놓고 뒤 덫을 놔서 죽이려고 했으니 쥐들이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맞아!

아빠가 쥐약도 놓고 내가 쥐덫을 놨으니까 날 죽이려고 할 거야."


"히히히!

고양이가 된 뒤 나처럼 크게 울부짖으면 쥐들이 도망갈지 몰라요."


"난 쥐가 무서워!

그냥 사람으로 살아야 할 것 같아."


"맘대로 하세요!"

<둔치>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어요.


"<둔치>야!

그러니까 

어젯밤 접시 깨뜨린 것은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지."


"네!

걱정하지 마세요.

지나간 일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 더 중요해요."


"그렇지!

새해부터 잘하면 되겠지?"

영수는 어젯밤에 숙제도 안 하고 일기도 안 쓴 게 걱정되었어요.


"히히히!

사람 마음을 어찌 알겠어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변하는 게 사람 마음이잖아요."

<둔치>는 더 이상 영수가 하는 말에 책임지고 싶지 않았어요.


"고마워!"
영수는 햇살 받으며 앉아있는 <둔치>를 한 번 쓰다듬더니 돌아갔어요.


"접시는 왜 깨뜨렸을까!"

<둔치>는 영수가 돌아간 뒤 곰곰이 생각했어요.

눈이 내려 어디도 갈 수 없는 둔치는 창고 앞 아궁이 옆에 앉아 햇살을 듬뿍 받고 있었어요.


섣달그믐!

밤이 깊어갈수록 솜털 같은 함박눈이 소복이 쌓여갔어요.

영수는

일기를 쓰다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었어요.

힐끗힐끗

내리는 눈 사이로 밤하늘에 반짝이는 달과 별들이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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