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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ug 19. 2024

슬픈 소나무!

착각에 빠진 동화 417

슬픈 소나무!





넝쿨식물의 부지런함에 소나무는 도망갈 곳이 없었어요.

살겠다고!

가지를 하늘 높이 들었지만 소용없었어요,


"살려주세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소나무가 통곡하듯 부탁했어요.


"소용없어!

여긴 아무도 없어.

히히히!

여름이 끝나기 전에 죽을 거야."


넝쿨식물은 무섭게 소나무 목을 죄였어요.


"저기!

앙상한 참나무 봤지.

나를 죽이려다 저렇게 되었어.

그러니까

나를 거부하지 마.

자연의 이치라 생각해.

세상은 넝쿨식물이 지배할 거야."


넝쿨식물은 무섭게 숲을 파괴했어요.

잘났다고 자랑하던 큰 나무들은 하나 둘 넝쿨식물의 공격에 쓰러졌어요.


"도와주세요!

아무도 없어요."


소나무가 외치는 소리가 숲에 가득했어요.




사진 김동석


구름이 멈춰 서서 소나무를 도와줬어요.

강한 비바람을 불어 넝쿨식물을 죽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어요.


"히히히!

나만 좋은 일이야.

껍질이 부드러워 뿌리를 내릴 수 있어 좋아!"


촉촉한 수분이 소나무 껍질에 가득할수록 넝쿨식물은 뿌리를 소나무 깊숙이 뻗으며 영양분을  흡입했어요.


뜨거운 태양이 넝쿨식물을 죽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어요.

소나무는 온 힘을 다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쳤어요.

그런데

희망이 없었어요.

누가 봐도 절망뿐이었어요.


"작가님!

살려주세요.

이 녀석들 줄기 좀 잘라주세요."


"줄기만 자르면 살 수 있는 거야!

그거야 도와줄 수 있지."


소나무 외침에 작가는 넝쿨식물을 당겨봤어요.

그런데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칼이 필요해!

내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야."


작가는 자동차에서 칼을 찾았어요.

칼은 없고 작은 가위가 하나 있었어요.


"가위로 가능할까!

줄기만 자르면 될 거야.

수십 년 자란 소나무를 살려야겠지."


작가는 가위를 들고 숲으로 향했어요.

넝쿨식물이 두 다리를 붙잡고 놔주지 않았어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어요.


"놔라!

마음이 정해졌다.

난 말이야!

소나무를 살리기로 했다."


작가는 가위로 두 다리를 붙잡은 넝쿨식물을 잘라냈어요.


"히히히!

그래도 소용없어요.

내일이면

또 이만큼 자랄 거예요."


넝쿨식물은 자라는 속도가 빨랐어요.

뿌리가 살아있는 한 죽지 않았어요.

파도가 밀려오듯 넝쿨식물은 숲을 조금씩 죽여갔어요.


"감사합니다!"


소나무는 넝쿨식물을 잘라낸 작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어요.


"꼭!

살아야 한다.

무더운 날!

나그네에게 그늘을 선물하는 나무가 되어 주면 좋겠다."


작가는 한 마디하고 숲을 내려갔어요.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면 넝쿨식물이 말라 비틀어 죽어갈 것으로 생각하며 집으로 향했어요.


"히히히!

포기할 줄 알았죠.

내년에 다시 태어난 새싹들이 소나무를 죽일 거예요."


가위에 잘린 넝쿨식물은 억울했어요.

하지만

내년에 또 소나무를 죽일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소나무는 살 것 같았어요.

가위에 잘린 넝쿨식물이 몸에 있는 영양분을 빼앗아가지 않았어요.


자연의 삶은 치열했어요.

큰 소나무가 천 년 만 년 살 것 같았어요.

그런데

힘없고 가느다란 넝쿨식물에 죽어가고 있었어요.

숲에서 무엇이 소중할까요!

작가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 것 같았어요.

소나무를 타고 오른 넝쿨식물을 가위로 자른 게 옳은 일인지 알 수 없었어요.


사실!

넝쿨식물에 감싼 소나무가 아름다워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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