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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10. 2022

빛과 어둠!

달콤시리즈 166

빛과 어둠!





어둠이 걷히고 있었다.

누군가 발자국 소리와 쇠똥구리 기침 소리가 들렸다.


"새벽이야!

빨리 일어나야 해."

새벽을 노래하는 새들이 하나 둘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새들은 노래 부르기 시작했다.


"이슬이 맺힌 새벽!

저승사자가 떠난 새벽!

만물의 기상소리를 들어보라!

배고픈 아기 울음소리!

빛과 어둠의 바쁜 일상!

굼벵이가 기지개 켜는 소리!

동쪽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찬란함!

통찰과 소통의 마법이 풀리는 새벽!"


새들은

모두 합창을 하며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다.


"힘껏 밀어!

더 힘껏 밀라고!"

엄마 쇠똥구리는 이슬을 먹은 염소 똥을 굴리는 어린 쇠똥구리에게 말했다.


"날이 밝으면 시키지!"

무당벌레가 어린 쇠똥구리와 엄마 쇠똥구리를 보고 말했다.


"날이 밝기는!

항상 날은 밝아 있었어.

빛과 어둠이 오고 갈 뿐이지!"

쇠똥구리는 어두운 밤에도 똥 냄새가 나면 달려갔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의 할 일을 열심히 하는 쇠똥구리였다.


나무 위로 새들의 노랫소리가 가득했다.

그 아래를 새까만 고양이 한 마리가 달렸다.


"왜!

무엇을 보고 달리는 거야!"

새들은 나뭇가지에서 노래 부르며 달리는 고양이를 지켜봤다.


"무슨 일일까!"

또 한 마리 고양이가 달려갔다.


'야옹! 야옹!'

고양이가 달려간 곳은 마녀가 사는 집 앞이었다.


"밥! 밥! 밥!

빨리 주세요!"

마녀는 어둠이 걷히면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었다.


"히히히!

잘 먹어야 내 말을 잘 듣지!"

마녀는 고양이 밥에 중독성 강한 약초를 넣어 주었다.

그 약초에 중독되면 순한 고양이도 독하고 무서운 고양이로 변신했다.


"히히히!

어둠이 걷히는 새벽에 더 무서운 고양이가 되어라!"

제일 먼저 달려온 고양이에게 밥을 준 뒤 마녀는 하늘을 향해 외쳤다.


"무슨 약초일까!"

민들레와 잡초들이 마녀의 행동을 새벽부터 지켜봤다.

어둠을 좋아하는 마녀는 새벽을 알리는 새들을 싫어했다.


"새들을 없애야 해!

어둠이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마녀는 어둠 속에서 만물을 향해 저주를 내리다가도 새벽이 오면 멈춰야 했다.


"어둠아 물러가라!"

빛은 어둠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마녀의 행동을 막기 위함이었다.

만물이 깨어나는 시간에 마녀의 기도를 허락해서는 안 되었다.


"버릴 것 하나 없는 소중한 것!

그게 새벽을 알리는 만물의 힘이다!"

빛을 대신해 편안한 휴식을 취하게 하는 어둠도 소중했다.

그런데 마녀는 어둠을 이용해 동물을 괴롭히고 소중한 생명까지 빼앗으려고 했다.




"넌!

벌써 죽었어!"

마녀는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 죽이고 있었다.

몇 번이나 죽이려고 했지만 새벽이 오는 바람에 마녀는 죽이지 못했다.


"쉽게 안 죽지!

내가 마녀 손에 죽을 것 같아!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난!

절대로 안 죽어! 아니 못 죽어!

아니야 아니야 난 죽을 때가 아니야!"


"날뛰어봤자 소용없어!

널!

오늘 기어코 죽일 거야!"

마녀는 날카롭고 예리한 칼날을 달빛에 비추며 말했다.

아직 남은 달빛에 비친 칼날이 반짝 빛났다.


"히히히!

이제 달빛이 조금 남았다.

보이지!

이 날카롭고 예리한 칼날!

이 칼로 심장을 도려낼 거야!"

마녀의 목소리는 바람과 함께 강하게 전해졌다.


"칼로 심장을 도려낸다고!
웃기고 있네!
네 뱃가죽도 뚫지 못할 거야!"


"히히히!

무섭고 두렵지!

넌!

나를 위해서 오늘 죽어야겠어!"

마녀는 침을 뱉으며 예리한 칼날을 다시 갈았다.


"우리가 구해야 해!"

들판에서 잠자던 동물과 곤충들이 모두 일어나 마녀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빨리!

어둠을 밀어내자!"


"좋아! 좋아!"

들판의 동물과 곤충들은 아직 걷히려면 멀었던 어둠을 밀치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모두 힘을 내자!"

들판에 사는 동물과 곤충들은 마녀에게 잡힌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둠만 걷히면 된다니까!"

마녀는 어둠 속에서는 날개를 단 것처럼 활동했다.

하지만 어둠이 걷히고 밝은 세상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였다.


"마녀야!

이 나쁜 마녀야!

고양이를 왜 죽이려고 하는 거야!"

들판에 사는 동물과 곤충들이 마녀를 향해 외쳤다.


"고양이는 마녀의 적이야!
마녀 말을 듣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말을 듣지 않는 고양이는 밤마다 잡아다 죽일 거야!"

마녀는 지독한 고집을 부릴 때가 있었다.


"고양이 발톱에 의해 목숨을 잃을 거야!"

새들은 마녀에게 더 큰 목소리로 충고했다.

하지만 마녀는 날카롭고 예리하게 칼을 갈며 들을 척도 하지 않았다.


큐브 .. 고 도흥록 조각가




새벽을 여는 축복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만물의 노래였다.


'씨리릭! 씨릭!'

'찌리리! 찌리!'

'짹! 짹! 째짹!'

'쿠우 우! 쿠우 우!'

'꾸꾸 쿠쿠! 꾸꾸 쿠쿠!'

'부스럭! 부스럭!'

'야음! 야음!'

'부우웅! 부우 우!'

다양한 동물들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구르릉! 구르릉!'

이 소리는 도대체 어떤 동물의 울음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알고 보니 이 모든 소리들이 새벽이 오는 소리였다.


"빨리!

하나! 둘! 셋!"

새들은 누군가의 지휘 아래 노래 부르고 있었다.


"어둠이 걷히고 새벽이 올 거야!

새벽이 오면 밝은 햇살이 비출 거야!

누가 뭐래도 새들은 노래하고

누가 뭐래도 어둠은 걷힐 거야!

마녀가 소리치고 날 뛰어도 새들은 노랠 부를 거야!

들판에 가득한 행복을 지켜주는 햇살이 찾아올 거야!"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이 모두 함께 노랠 불렀다.


"마녀야!

이 나쁜 마녀야!

착하고 순한 고양이를 왜 죽이려고 하니!

마녀야!

이 나쁜 마녀야!

고양이가 숨긴 날카로운 발톱을 본 적 없는 이 마녀야!

고양이 죽이려다 마녀가 죽을 거야!"

어둠이 걷히는 순간을 노래하는

들판의 동물과 곤충들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노래했다.


"그래도 소용없어!
어둠이 걷히기 전에 고양이를 죽일 테니까!

만물이 소생하든지!

밝음이 어둠을 삼키든지!

맘대로 하세요!

마녀를 괴롭히고 하나하나 훔쳐보는 고양이를 죽일 테니까!"

눈에 보이는 세상보다

눈에 안 보이는 세상을 더 좋아하는 마녀는 고양이를 싫어했다.




"더 빨리 밀어!"

어린 쇠똥구리는 엄마가 시키는 데로 힘껏 똥을 굴렀다.


"어둠이 사라지기 전에 도착하려면 더 세게 밀어야 한다고!"

하고 말한 엄마 쇠똥구리는 어린 쇠똥구리가 밀던 똥을 밀기 시작했다.


"빨리 가지 않으면 고양이가 죽어!

죄 없는 고양이가 죽어서는 안 돼!

살던 곳에서 쫓겨나서 서럽고!

사람들에게 잡혀 죽거나 차에 치여 죽고!

마녀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죽는다는 건 불쌍하잖아!"

엄마 쇠똥구리는 어린 쇠똥구리에게 말하며 똥을 굴렀다.


"엄마!

어디로 가져가는 거예요!"


"마녀 집으로 가야 해!

어둠이 사라지기 전에 도착해야 해!"


"왜요?"

어린 쇠똥구리는 마녀에게 간다는 말이 무서웠다.


"염소똥과 스컹크 똥을 섞어 마녀에게 뒤집어 씌우면 마녀가 힘을 못 쓸 거야!

그러면 고양이도 살고 마녀도 고양이를 죽이지 않으니까 좋을 거야!"

엄마 쇠똥구리는 가끔 고양이가 괴롭혔지만 죽게 놔두고 싶지 않았다.


"엄마!

고양이는 쇠똥구리를 죽일 때도 있잖아요!"

어린 쇠똥구리도 고양이 발톱에 찔려 죽을 뻔했다.


"세상의 이치!

죽고 사는 게 그렇게 운명적으로 온다는 말이야!

넌!

그때 죽었다면 이런 더러운 세상을 안 보면 더 행복했을 거야!"

엄마 쇠똥구리는 자연의 이치와 자연의 섭리를 따르려고 했다.


"엄마!

마녀의 집에 다 왔어요."

어린 쇠똥구리는 마녀의 집 불빛을 보고 말했다.


"넌!

여기서 꼼짝 말고 있어!"


네!"

엄마 쇠똥구리는 마녀의 집 울타리까지 가서 주머니에서 스컹크 똥을 꺼냈다.


"지독한 냄새에 질식할 거야!"

염소똥과 스컹크 똥을 섞은 뒤 한 주먹 들고 마녀의 집 울타리로 올라갔다.


"마녀야!

고양이를 죽이려고 하는 마녀야!"

엄마 쇠똥구리가 마녀를 불렀다.


"히히히!

이게 누구야!

더러운 똥을 굴리는 쇠똥구리잖아!"

갑자기 나타난 쇠똥구리를 보고 마녀는 깜짝 놀란 눈치였다.


"받아라!"

하고 말한 엄마 쇠똥구리가 마녀에게 똥을 한 주먹 던졌다.

어둠 속에서 날아오는 것을 피할 수도 없던 마녀는 똥을 받았다.




"으아악!

이게 무슨 냄새야?"

마녀는 받아 든 똥냄새에 그만 쓰러졌다.

엄마 쇠똥구리는 울타리에서 내려와 묶여있는 고양이에게 달려갔다.


"아직!

죽지 않았지."

엄마 쇠똥구리가 축 쳐진 고양이에게 물었다.


"야옹!

내가 쉽게 죽지 않지."

엄마 쇠똥구리는 고양이에게 묶여있던 밧줄을 풀어주었다.


"고마워!

이 은혜는 반드시 갚을 게."

고양이는 엄마 쇠똥구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쓰러진 마녀에게 갔다.


"야옹!

아휴! 지독해!"

마녀에게 가까이 갈수록 지독한 냄새가 났다.


"마녀야!

고양이를 죽이지 못해 속상하지.

그 똥냄새 맡으며 오래오래 살아야지!"

고양이는 날카로운 발톱을 꺼내 마녀를 향해 보여주며 말했다.


"히히히!

널 반드시 죽일 거야."

마녀는 똥냄새에 정신을 잃었지만 고양이 목소리를 듣더니 힘이 난 것 같았다.


"꽉 붙잡아!'

고양이는 엄마 쇠똥구리와 어린 쇠똥구리를 등에 태우고 들판으로 갔다.


"고양이가 살아왔다!

그 못된 마녀는 죽었을까! 살았을까!

고양이를 쇠똥구리가 구했다!

마녀는 무슨 똥을 먹었을까!

염소똥! 고양이 똥! 참새 똥! 호랑이 똥!

아니야! 아니야!

염소똥과 스컹크 똥을 섞은 똥 이래!"

새들의 합창소리가 온 들판에 메아리쳤다.


"이것들이!

두고 봐 너희들을 모두 죽일 테니까!"

마녀는 새들이 부르는 노랫소리를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하지만 똥냄새에 아직도 정신이 혼미했다.


"고마워!"

고양이는 엄마 쇠똥구리와 어린 쇠똥구리를 집에 데려다줬다.


"들판에 아주 작은 곤충이 있어요!

그 이름은 쇠똥구리! 구리구리 쇠똥구리!

들판에 똥을 찾으면 굴리는 재주가 많은 쇠똥구리!

그 쇠똥구리가 마녀에게 잡힌 고양이를 구해줬다네!

우리 모두 서로 돕고 살지 않으면 마녀에게 죽을 거예요!"

어둠이 걷히고 날이 밝자

새들은 더 크게 노래를 불렀다.


"가자!

오늘은 또 들판에 누가 똥 쌌을까!"

엄마 쇠똥구리는 어린 쇠똥구리를 앞세우고 들판으로 나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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