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망각의 샘물!

유혹에 빠진 동화 106

by 동화작가 김동석

망각의 샘물!




작가는

바람을 타고 따라갔다.

세찬 바람은 매서운 추위를 몰고 왔다.


바람은 속도를 냈다.

바람을 타고 가는 작가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작가님!

텅 빈 머릿속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요?"

하고 묻자


"아니!

만두 속도 아닌 데 채우긴 뭘 채워요.

그냥

비울수록 좋은 것 아닐까요?"

하고 작가가 물었다.


"작가님!

머릿속이 빈 깡통이 되면 안 돼요.

무엇이든

채워야 살아갈 수 있어요."

그 누군가는 비어 가는 머릿속이 불안했다.


"그럼!

돌이라도 채워보세요.

돌은 바람에 날아가지 않으니 좋을 거예요."

하고 작가가 말했다.


"호호호!

작가님도 아재 개그를 좀 할 줄 아네요.

어떻게 머릿속에 돌을 넣을 수 있어요.

불가능한 것 말고 가능한 것을 말해주세요!"

그 누군가는 작가가 하는 말이 개그 같이 들렸다.


"그럼!

느끼하고 칼칼한 것이라도 넣어 보세요.

달콤한 것이나 매콤한 것은 그동안 많이 넣었을 테니!"

하고 작가가 말했다.


"호호호!

그건 좋아요.

느끼하고 칼칼한 것이 뭘까요?"

하고 누군가는 물었다.


"그거야!

스스로 생각해 보세요.

사람마다

느끼하고 칼칼한 것이 다를 수 있으니까!"

하고 말한 작가는 세찬 바람을 꽉 붙잡았다.


"작가님!

저는 몰라요.

달달하고 달콤한 것만 먹고 살았어요.

그러니까

제발 느끼하고 칼칼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하고 누군가도 세찬 바람을 꽉 붙잡으며 말했다.


"아니!

따라오지 말고 멈추고 생각해 보세요.

달달한 것이나 달콤한 것은 잘 알잖아요.

그러니까

느끼하고 칼칼한 것도 잘 찾아낼 거예요."

작가는 더 이상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말하면 할수록 세찬 바람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콜록! 콜록!'

작가는 기침했다.

작가와 누군가는 조금씩 거리가 났다.


바람이 두 사람을 떨어지게 한 것 같았다.

세찬 바람은 매서운 추위를 몰고 더 빠르게 달렸다.



누군가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떠올라라!

느끼하고 까칠한 것이 무엇인지 떠올라라!"

누군가는 재촉했다.

하지만

텅 빈 머릿속에서는 어떤 단어도 생각나지 않았다.


"빵빵한 머릿속!

텅 빈 머릿속이 되면 안 돼!

나는

무엇으로 텅 빈 머릿속을 채울까!"

누군가는 오래 생각했다.


"작가를 찾아야겠어!

머릿속을 채워줄 것에 대해 작가는 알 거야.

히히히!

작가를 따라가자."

누군가는 세찬 바람을 몰고 달렸다.

작가가 날아간 방향을 향해 채찍을 가하며 달렸다.


"장작불 같은 뜨거운 사랑으로 채울까!

아니면

모두가 추운 겨울을 이겨낼 따뜻한 웃음으로 채울까!

모르겠다!

작가를 만나면 물어보자."

누군가는 바람을 향해 채찍을 가했다.

더 빨리 달려야 앞서간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멀리

세찬 바람을 타고 가는 작가가 보였다.


"작가님!

기다려주세요.

작가님!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하고 말한 누군가는 더 세게 채찍을 내려쳤다.


"으아아악!

수 우우 우웅! 수우 우웅! 수웅!

감히

날 때리다니!"

누군가를 태운 세찬 바람은 화났다.


"좋아!

내가 느끼하고 칼칼한 맛을 보여주지."

하고 말한 누군가를 태운 세찬 바람은 속도를 냈다.


"멈춰!

멈추라고!"

누군가를 태운 바람이 작가를 태운 바람을 앞지르자 외쳤다.

하지만

누군가를 태운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더 속도를 냈다.


누군가는 작가를 만날 수 없었다.

뒤돌아 봐도 작가를 태운 바람이 보이지 않았다.


세찬 바람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달렸다.

누군가는 눈을 감았다.

도저히

눈을 뜨고 바람을 붙잡을 수 없었다.


'캑! 캑! 콜록! 콜록!'

세찬 바람이 콧구멍을 통해 들어오자 누군가는 기침하기 시작했다.


"이봐!

멈추라고!

콜록! 콜록!"

누군가는 채찍을 휘두르며 세찬 바람에게 멈추라 말했다.


"아파!

아프단 말이야.

더 속도를 낼 테니 때리지 말아!"

세찬 바람은 누군가를 테우고 더 빨리 달렸다.


"으아악!

살려주세요."

누군가는 붙잡은 바람을 놓치고 말았다.


"으아악!

살려주세요."

누군가는 세찬 바람에 날아가 높은 소나무 가지에 부딪쳤다.


"으아악! 으악!

느끼하고 까칠한 게 생각나지 않아.

그냥 달달하고 달콤한 것을 다시 채우고 살아야지!"

누군가는 소나무 가지에 매달려 애원하듯 말했다.


망각의 샘물은 말랐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게 말라갔다.

텅 빈 머릿속을 채우려던 누군가는 소나무 가지에서 내려올 수 없었다.


"작가님!

작가님이 와야 도와줄 텐데."

누군가는 소나무 가지에 매달려 기약 없이 작가를 기다렸다.


"히히히!

작가는 오지 않아.

이미

세찬 바람은 방향을 틀어 왔던 곳으로 돌아가고 있어!"

하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누군가에게 말했다.


"안 돼!

난 여기서 내려갈 수 없어.

작가를 불러다 줘!

제발!"

그 누군가는 서늘한 바람에게 애원하듯 부탁했다.


"미안!

정말 미안해.

나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바람이야.

돌아갈 수 없어!

돌아갈 수 있는 바람이 아니야.

난!

겨울에 부는 바람이 아니야.

여름에 부는 바람이야!

그러니까

여름을 향해 가야 하니까 도와줄 수 없어."

하고 말한 서늘한 바람은 누군가를 뒤로하고 달려갔다.


"흐흑!

내가 바람에게 채찍을 가하다니.

바보!

나는 바보야.

머릿속이 비었다고 무엇으로 채울 생각만 했어.

텅 빈 머릿속이라 할 지라도 그냥 둘 걸!"

소나무 가지에 매달린 누군가는 후회했다.


누군가는

작가를 만날 수 없었다.



"분명히!

작가는 나를 죽일 생각이었어.

세찬 바람보다 작가가 더 무서워!

그걸 몰랐어."

누군가는 작가를 탓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주인공을 죽이고 살린다는 걸 잊었다.


망각의 샘물이 조금 흘렀다.

그 샘물은 썩고 냄새 나는 샘물이었다.

한 모금 마시면 느끼하고 칼칼한 샘물 같았다.




#유혹 #샘물 #망각 #세찬 바람 #바람 #작가 #동화

그림 나오미 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