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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 남의 아이

by 날마다 하루살이

요즘 연일 뉴스를 달구고 있는 공통의 화제는 불볕더위, 가마솥 더위, 최고 기온 달성, 정전, 온열 질환 환자수...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다.


며칠 전 작은 아이가 묻는다.

"엄마, 오늘 청소년 수련관 갔다 와도 돼요?"

"더운데 괜찮겠어?"


청소년 수련관으로 말하자면 우리 집에서 걸어서 30분 정도는 걸어야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보통의 엄마 들처럼 차로 데려다줄 수 없는 장롱면허 소지자에다가 과외 시간으로 따로 시간을 낼 수 없는 엄마는 미안하기만 하다.


"언제 만나기로 했어?"

"11시 30분요~ ○○이가 우리 집 앞으로 온데요."

"○○이 엄마가 태워주신대?"

"아니요. 같이 걸어갈 거예요~"


그 땡볕에 걷는 힘겨움보다 친구와의 즐거운 시간이 우선순위라니 잘 놀고 오라며 보냈다.


올 시간이 다가와도 소식이 없어서 전화를 했다. 오고 있는 중이란다.


"엄마가 데리러 나갈까?"

"아니에요~"


예전에도 몇 차례 데리러 간 적이 있었는데, 친구들과 같이 걸어올 때는 같이 동영상도 찍고 하느라 오지 말라고 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날도 친구와 같이 오나 보다 했다.


현관문에 녀석의 실루엣이 보인다. 얼른 일어나 문을 열어주었다. 근데 이게 웬일이야! 얼굴은 벌~~겋고 온몸이 땀범벅이 되어서 너무 괴로워하고 있었다. 샤워부터 하자하니 일단 아이스크림을 먹겠다기에 내어주고 물었다.


"엄마 왜 오지 말랬어? ○○이랑 같이 걸어왔어?"

"아니요~"

"그럼 ○○이는 엄마 차 타고 갔어?"

"네~"


순간 감당할 수 없는 한 상대에 대한 실망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 땡볕에..

자기 아이만 데리고..

잠깐 1분만 더 돌아가면 되는 길을...


내 입장에서만 서운한 감정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봄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긴 했는데, 지금은 바깥공기의 상태가 설명하기 어려운 상태가 아니던가. 불편한 감정들은 이상한 방향으로까지 흘러갔다. 우리 아이가 병원집 아들이었다거나 어느 고위대작의 집안 아들이었더래도 이렇게 혼자 걸어가게 내버려 뒀을까. 지나친 비약이 아니길 바라고 급히 가야만 했던 1분 1초가 급했던 상황이 있었을 것이라고 달래 볼까. 웃으며 인사 나누던 사이였는데, 앞으로 그 엄마를 이 맘 상태로 대하게 되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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