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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Aug 22. 2024

심장 소리 듣던 날

2011. 7. 7.

~ 2011. 7. 7~

드디어 우리 서방하고 같이 병원 가는 날이다. 2:30  예약이어서 점심시간이 애매하게 걸릴 것 같아, 난 차 안에서 먹고 가려고 김밥을 샀다. 난 조금 먹었지만  우리 서방은 긴장한 탓인지 (나중에 알게 되었다) 먹지 않았다. 울서방 평소 식욕을 아는 나로서는 분명히 배가 고플 텐데 계속 먹지 않는다고 한다.

암튼 긴장되는 대기 시간이었다. 유난히 환자가 많아서 거의 30~40분 정도 기다린 것 같았다.

선생님은 초음파실로 가보란다. 간호사의 안내로 초음파실로 들어가 누웠다. 너무도 긴 시간 기다려서인지 선생님 오실 때까지 기다리며 누워있던 그 몇 분의 시간이 너무도 편안했다.

긴장되는 순간이다.
선생님이 들어오신다.
과연 심장이 뛸까?

선생님이 초음파 화면을 열심히 보고 계시는데, 내 귀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무언가 또 잘못된 걸까. 예전의 경험으론 넣자마자 심장소리가 바로 들렸었는데...
한동안 보시더니 다른 한 손으로 기계를 조작하신다.
그제야 들린다. "그 소리!"
볼륨을 안 높인 것이었다. 선생님은 다른 것부터 확인하셨나 보다.

근데 기쁨도 잠시..
심장소리가 좀 작다..
다른 산모 검사 때 내가 밖에서 들은 소리와는  너무도 다른 느낌이다.

선생님은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셨고  이제 2주 후에 와도 된다고 하셨다. 병원에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아기에겐 스트레스라고.

진료받고 나왔더니  대기실에서 우리 서방 김밥 먹고 있다!!! 김밥이 엄청 맛있다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밥이라고 했다.

알고 보니 밖에서 듣는 심장소리는 확성기를 통해 듣기 때문에 더 우렁차게 들리나 보다. 다른 아기 심장 소리처럼. 우리 서방도 "그 소리"를 들은 것이다.
"심장 소리가 쿵쾅쿵쾅 하던데"

이때쯤이었나 보다 이런저런 노랫말에도 눈물이 났다.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서...

내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일기장 한쪽에 적힌 노랫말을 옮겨 본다.


내겐 눈물 나게 아름다운
너 하나만으로도
너무 감사해
난 행복해
널 나에게 준
이 세상 끝까지
너를 사랑해
영원히
변하지 않을
지금 이대로~

(찾아보니 조장혁의 'LOVE'라는 곡이었다)


노래를 따라 부르다 가슴이 또 찡해온다.

꿈만 같고 하루하루가 행복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내 인생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남동생)가 해주는 밥 얻어먹고, 바닥에 누워서 트롯이나 흥얼거리면 더없이 행복한 기분에 취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난 트롯을 주로 흥얼거렸는데 동서가 클래식을 들어야 태교에 좋은 거 아니냐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난 내가 즐거워야 아기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

아름다운 가사말을 우연히 TV에서 만나면 행복의 기운으로 눈가는 어느새 촉촉해졌다. 뇌졸중으로 누워 계셨던 엄마도 환한 얼굴빛을 보이셨고 그 얼굴 바라보면 나도 환해졌다. 일 갔다 돌아온 남편의 얼굴도 환해졌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는 것이 아마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


행복감에 취해 다음 장을 또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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