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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Aug 15. 2024

아기집 확인하던 날

2011.6. 16 / 2011.6. 23

~2011. 6. 16 ~

지난번엔 임신확인만 했었다. 그 '수치'란 것이 아주~ 믿을만하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  심장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첫 임신 때도 심장소리를 들은 후에 잘못되었기에 한동안은 불안감이 가시지 않을 거란 걸 안다.

초음파 사진을 보는데 선생님이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다.
너무도 불안했다.
한참 후에
"아휴~ 찾았다!" 하신다.
너무 작아서 아직은 찾기 힘드시단다

아기집이 보인다고.. 안심하라고...
약 처방해 주시고 이번엔 2주 후에 와도 된다신다.
하지만 내가 불안하다며 담주에 또 오고 싶다고 했다. 선생님께서 내 뜻을 받아 주셨다.

몸이 힘들었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우리 서방은 땅에서 한 10cm 정도 떠다닌다고 내가 얘기했던 기억이 있다. 좀 땅으로 내려오라고...ㅋㅋㅋ

주변 사람들 모두 축하해 줬다. 님이가 많이 좋아했다.♤♤이 가졌을 때. 나 때문에 맘 고생한 거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맘껏 기뻐하지도 내색할 수도 없었던...

암튼 기쁨도 잠시!
하룻밤 자고 일어난 새벽..
일이 벌어졌다.
결코 일어나지 않길 바랐던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한 방울 갈색이 팬티에 묻어났다.
갑자기 비상이다
○○(남동생)를 부르고...
기분이 너무 우울해졌다.
근데 오후쯤 되니까 멈춘 것이다.
조금 안심이 되었다.

난 아무 일도 않은 채. ○○한테 신세를 좀 지기로 했다. 다행히 ○○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 저도 바라는 일이라며...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멈춘 듯하던 것이 새벽만 되면 한 방울씩 새어 나와 날 괴롭혔다. 친구 ♧♧이는 자기도 그랬지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이가 경험한 것과 내가 경험한 것이 너무도 다른 결과로 이어졌기에 난 불안감을 떨쳐버리려 애썼지만 잘 되지 않았다.

어느 날은 조금 더 많이... 어느 날은 조금 적게...
이런 불안한 날들이 이어졌다. 병원에서도 그냥 누워 있으라 해서. 그렇게는 하고 있었지만...
병원 가는 날이 기다려지기도 또한 두려워지기도 했다.

 ~2011. 6. 23~

드디어 병원 가는 날.
어떨까... 어떨까...
맘 졸이며 진료를 받았다.
선생님은 괜찮다며 초음파 사진을 건네주셨다. 원래 아직은 이렇게 작다며. 나를 안심시켜 주시는 거 같았다.
담에 오면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지금도 심장은 뛰고 있지만 초음파 기계가 고장 났으니. 담 기회에 들려주겠노라고...

분비물 때문에 엄청 걱정했다 했더니,  그건 찌꺼기가 떨어져 나오는 것이니 걱정은 안 해도 된다며 아예 나쁜 일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하셨다.


불길한 일들은 분비물로부터 시작되었다. 인공수정을 시작한 이후 두 차례 추가 유산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생리처럼 흘러내렸었기에 분비물이 나오니 긴장할 법도 했다. 다행이었다. 특별한 위험요인이 아니란 사실. 그래 이 정도면 맘 놓아도 되지 않을까.

돌이켜 생각하니 맘 편히 지내지 못했던 임신 초기 아기에게 미안했다. 엄마가 불안한 맘을 품고 있었으니 아기 또한 맘 편히 지내진 못했을 것이 아닌가. 미안하다 아가야~


궁금함이 더해져 다음 장을 또 펼쳐본다.



*♤♤이: 나보다 늦게 결혼한 동생이 먼저 아기를 가져 내게 자식보다 먼저 생긴 조카이다. 내가 임신이 잘 안 되던 시기에 동생이 먼저 임신하였기에 맘껏 축하도 못해주고 우린 서로 맘 한구석 불편했던 시기가 있었다. 나의 임신 소식과 함께 우리 집은 너무도 평화롭고 행복한 시기가 돌아왔다.


*○○: 내 남동생으로 뇌졸중으로 누워 계신 엄마를 돌보러 우리 집에서 당분간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그전 까지는 엄마를 돌봐드리는 일이 내가 하던 일이었는데 동생에게 맡기고 난 최대한 쉬고 싶었지만 한 집에서 생활하다 보니 그 마저도 여의 친 않았다. 하지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식사 준비와 갖가지 집안일을 처리해 주었으니 더없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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