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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Aug 01. 2024

너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날 - 1

2011. 6. 10.

~2011.6.10~

예전과 똑같은 과정으로 인공수정을 했다. 이번이 6번째라는 사실 말고는 별다를 것도 없었다. 평소처럼 주사 맞고 정해진 날짜 5/26,27에 시술을 받았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굉장한 통증이 있었다.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통증이 며칠 지난 후, 이번에는 또 처음 경험해 보는 불편함이었다.
내 뱃속의 모든 내장기관이 멈춰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주 딱딱한 거북이 등껍질을 배 앞쪽에 붙여 놓은 것 같았다. 처음 느껴본 불편감이었다.
이런 이유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 서방이 좀 바빠졌다. 평소에 엄청 싫어하던 설거지를 거의 몇 주째 하고 있었으니까...ㅎ 내겐 기적 같은 일이었다.

암튼 이런 불편함 속에서도 시간은 흘러갔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항상 자리 잡고 있었다. 언제나 인공수정 후 처음 방문하는 자리에서 선생님께서 항상 질문하시는 내용이 있었다.
"이번에는 어떤 것 같아요? 유방은 좀 어떤가요?"
도대체 내 가슴은 부풀 생각도 또한 아프지도 않다!  이런 상황이라면 저 질문에 또다시 같은 대답을 할 수밖에 없겠다는 어두운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병원 가기 전에는 늘 긴장모드다. 임신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늘 이랬다. 서로 기대에 찬 대화를 이어가는 것도 한두 번이지. 여섯 번째쯤 되니  그냥 조용히 차 타고 갔던 거 같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차 안의 공기가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단순한 시술 횟수가 여섯 번이지 하루는 시술하고 그다음 한 달쯤 뒤엔 임신 확인 하러 가고, 때론 어느 달엔 두 번씩 시술한 적도 있었다. 한 시간 남짓 걸리는 병원 길이 멀게 느껴졌다.


드라마를 볼 때도 길거리에 지나가는 임산부를 볼 때도 아기와 관련된 사연을 만나면 숱하게 가슴으로 눈물을 삼켰던 시절이다. 어떤 좋은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이걸 먹어봐라 저걸 먹어 봐라, 더 큰 병원으로 왜 가보지 않느냐.. 누구는 어디에서 성공했다더라 등등... 도움이 되고자 던져주는 말들도 그냥 몽땅 스트레스였다.


매번 병원에서 마주치던 간호사들도 나와 같은 환자를 환한 표정으로 대하기도, 그렇다고 어두운 표정을 짓기도.. 어느 표정을 지어야 할지 난감했지 않았을까. 그런 병원에 나 같은 환자가 한두 명도 아닐 테고. 그렇다고 해도 너무 무심했던, 조금만 더  친절했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간호사도 생각난다. 병원 이란 곳의 특성상 몸도 마음도 약해질 대로 약해진 약자들이 방문하는 곳이니 좀 친절하게 응대해 주길 바라는 마음은 지금도 같다.

 세상 처음 겪는 일,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 매 순간. 우리보다는 조금 여유롭게 분위기나 진행상황을 설명해 줬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 았다. 지나고 보니 그렇다. 그 당시엔 아무 생각 없이 이리저리 하라는 대로 끌려다녔던 것 같다.

'이곳에는 뭔가 길이 있을 거야...!'라는 한줄기 지푸라기를 꼬옥 잡고서..


그 긴장의 시간이 멈춰지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다음 장을 또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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