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차

아빠는 글 쓰고, 딸은 음악 듣고

1. 벌써 가족과 함께 동경에 온 지 20일이나 지났다.


2.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우리는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3. 아빠는 저녁을 먹고 나서, 방에서 글을 쓸 시간을 확보했고, 딸은 아빠 옆에서 좋아하는 악뮤의 음악이나, 클래식 기타를 듣는다.


4. 물론 우리들의 시간뿐만 아니라, 냉장고에도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맛보지 못했던 여러 종류의 맥주가 냉장고를 차지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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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싸구려 맥주들이지만, 저마다 다른 맛을 내고 있다. 우리들의 삶처럼 처절하게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생존의 싸움을 하고 있어 보인다.


6. 일본의 맛은 어쩌면 디테일하다. 하지만 철저히 상업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매년 새롭게 출시되고 사라지는 맥주만 수 백 가지가 된다고 한다.


7. 그러고 보니, 맥주 사이이 버티고 있는 복숭아 맛의 알코올도 처량해 보이기 시작한다.


8. 아내는 요즘 계속 아이들 유치원 서류, 학교 서류들과 씨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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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일본은 모든 것이 손으로 쓰고, 사진을 붙이는 서류들이 참 많이 있다. 어쩌면 이런 시간이 아이들의 추억과 시간들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급한 우리들에게는 영 갑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10. 그래서 일본의 시계와 한국의 시계는 다르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20일 차 동경 주민이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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