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마지막,
수컷의 소굴 만들기

도쿄 40일 차

1. 외국으로 이사를 하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려면 며칠이 필요할까?

아마도 언어적이나, 문화적이나, 그리고 개인의 친밀도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도쿄로 전직한 나의 경우 40일이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2.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어수선 하지만, 나같이 도쿄로 이직한 사람에게는 한 템포 쉬어가는 그런 시간을 경험하기도 했다.


3. 어제 발견한 도서관에서 내가 신청한 책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아침에 받고 나서 난 아침 일찍부터 이사의 마무리 단계를 완성하려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4. 이사를 한다면, 가장 마지막 시간에는 내 방을 꾸미는 작업을 꼭 해보고 싶었다.

자.... 내 방을 꾸민다는 시작은 무엇일까?

바로 내가 좋아하는 스피커를 개봉하는 일부터 아닐까?

KakaoTalk_Photo_20200407_2038_59243.jpg 음색이 너무 좋아 두대나 구입한 스피커/ 하나는 회사에 하나는 집에...

5. '무라카미 하루키'의 아주 오래된 책 (무라카미아사히도우: 발렌타인데이의 무말렝이)을 보면 이사에 관한 연재 글 처음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인간을 구별해 본다면, 크게 두 가지 부류로 구별이 될 것이다. 이사를 좋아하는 인간과 아닌 인간으로 말이다."

이 글을 다시 읽어보며 난 '이사를 좋아하는 인간'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KakaoTalk_Photo_20200407_2038_43669.jpg
KakaoTalk_Photo_20200407_2038_52093.jpg

6. 난 오래전부터 이사를 한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가장 마지막에 하고 싶은 것이 아침 일찍 내가 좋아하는 오디오나 스피커를 설치하는 경건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로는 좋은 음악을 들으며 오늘 읽었던 책을 생각하며 글을 쓰는 그런 나만의 방을 만들고 싶었다.


7. 좋아하는 책도 충분히 도서관에서 빌렸고, 조명들도 다 연결되어 있고, 이젠 나만의 공간을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 가는 그런 저녁시간이 참 좋다.

KakaoTalk_Photo_20200407_2039_06953.jpg

8. 수컷은 가족들을 위해 사냥을 하기도 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도 한다. 하지만, 나를 유지하기 위해 가끔씩 혼자만의 공간으로 들어가기도 한다고 한다.


9. 난 결혼생활 10년 만에 정식으로 허락을 받은 내 방에서 이제 수컷의 공간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책 읽고, 글 쓰고, 웃고, 즐기고 그리고 가끔은 아내를 초대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면 좋겠다.

KakaoTalk_Photo_20200407_2039_14994.jpg

10. 이제 이사를 마무리하려 한다. 수컷의 방이 완성되면 이사는 마무리되는 그런 글을 첨부터 써보고 싶었다.

중2병 환자처럼 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도쿄의 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