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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살공주 Sep 26. 2024

맹한 장사꾼이 월요일에 만나는 박하향 고객

맹한 장사꾼이랍니다

(긴 글주의)


다시 월요일 새벽을 달려 서울을 간다. 약속이 잡히면 언제나 거리불문, 시간불문, 비용불문으로 달린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도 아니고 성공을 빨리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고객님과의 신뢰를 가장 우선으로 하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다.


삼십 년을 장사로 버텨온 것이 바로 약속이고 신뢰지수 쌓는 것에 모든 비중을 둔 결과다. 물론 경우에 따라 못 지킨 것도 많지만 약속에서 늦어본 적이 없다. 항상 고객보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는 장사꾼이었다. 그리고 또 솔선수범을 하는 편이다. 고객들이 있으면 내가 부지런한 이유다.


그리고 언제나 고객들의 장점만 확대경을 들여다보고 찾는다. 그게 내 습성이고 장점이다. 상대의 단점을 지적해 봤자 얻을 것은 하나도 없다. 나는 항상 상대의 장점을 확대경으로 바라보고 은유법적인 칭찬과 인정으로 빨리 친해지면서 깊게 오래간다.


 그러다 보니 고객들이 많아 전국적으로 고루 분포되어 있다. 한번 맺은 관계가 오래도록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렇다고 실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했다 하면 어떻게든 실수 만회를 하기 위해 남다른 진심 어린 노력을 쏟아 붙는다. 뭐든지 숨기는 것을 못한다.


내가 못하는 것이 화투나 카드다. 내 패를 감추지 못한다. 그래서 놀음 같은 것은 절대 못한다. 그런 표정들이 완연하고 숨기지 못해서 믿어주고 따라주는 고객들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많은 것을 얻었다.


인간관계도 좋아지고 나에게나 상대방에게도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내 의식의 모든 촉수들은 고객님의 모든 가치 있는 장점들만 찾아서 보게 되어있다. 오랜 훈련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금도 남을 비판, 비평, 불평을 잘 못한다.


내가 맹하다고 하는 이유는 분별력이 약한 것이다. 장점만 보느라고 옥석을 가려내지 못하는 게 문제다. 단점을 보고 체크했다가 확실하게 분별을 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아예 안 한다.


그냥 긍정으로 수용으로 하다가 나중에 마음 써 준 것에 상관없이 곤란을 겪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뒤통수를 맞고도 다시 장사가 잘되면 홀랑 잊어버린다. 그냥, 마냥 사람들을 좋게 보고 믿고 가는 습성이 있는 것이다. 얼마나 맹한 장사꾼인가?


내가 봐도 맹하기 그지없다. 사람을 놓치기 싫어하는, 맹한 배려심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무한 긍정이 때로는 독약이 되기도 하는데 나는 필터링 조절 기능이 탑재되지 많은 것이다. 그게 문제있은 것이다


그렇다고 후회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냥 맹한 장사꾼으로 남되 장비 같은 우직함과 의리가 있으니까 오래 지나고 보면 내게 돌아오는 게 많다. 요즈음도 가끔 옛 고객님을 만나게 되는데 고맙고 반갑다. 상대방도 참으로 반겨주니 그냥 나 스스로도 훈훈하다.


********♡♡***********


오늘 월요일, 오랫동안 이런저런 거래를 해왔던 중견기업의 경영자님이신대 미모의 여성분이십니다.. 지성적 미소가 넘치시는 분인데 대화를 하다 보면 감탄과 감동이 저절로 나오는 분이라 월요일에 만나는 고객으로는 최고입니다. 박하향과 삼 큼 한  에너지로 제 에너지를 끌어올려  주시는 고객님이지요.


전에 서로 어떤 대화를 나누는 거였는데 삼십여분의 대화에서도 속으로 은근한 감동을 툭툭 던져주셨어요. 친정어머니가 치과 치료에 오백만 원 이상을 카드로 결제하셨는데 이자가 없어 이삼 개월 할부를 하셔야 했는데 일시불로 하셔서 속으로 곤란했지만 활짝 웃으며 잘하셨다고 하셨대요.


그러면서 자신들 부부나 아이들에게 쓰는 돈은 몆 번 더 신중하게 생각을 하며 쓰는데 부모님에게 쓰는 것과 부모님께서 쓰시는 것은 생각을 하지 않으신다는 거였어요. 친정 부모, 시댁부모님을 위한 것은 생각을 안 하고 쓰신다는 말에 제가 속으로 감동했어요.


요즈음 자녀들에게는 펑펑 쓰면서도 부모님에게 쓰는 것은 상대적으로 인색한 편인데 그분은 말씀하시는 모습에서나 평소의 생활하시는 인성에서도 진심이 묻어나거든요.


저도 한분 계셨던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님에게도 아무런 계산 없이 풍족하게 드린 게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때 그 삼십 분을 대화가 제겐 박하향처럼 좋았고 신선했어요. 허긴 그분 하고는 언제나 박하향 이상이었지요. 그런 분이 제 고객인 게 너무나 좋답니다.


사실 저는 늘 고객님들에게 삶의 수업을 받는답니다. 제가 부족한 게 많으니까 항상 채울게 많지요. 오늘도 고객님에게서 제 속을 가득 채우러 갑니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아내 부모님들이나 제 부모님들을 위한 좋은 것이 있다면 계산 없이 해드리고 싶은 게 오늘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맹한 장사꾼이지요.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그리고 그분은 너무 미인이시라 사진을 못 올립니다. 암튼 전 좀 맹한 장사꾼이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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