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묘한 가을이 내 곁을 지나가고 있다. 가을이 오묘하니 나는 신묘한 일에 푹 빠져서 정신없이 살고 있다. 지난 7월부터 나는 그 신묘한 일에 멱살 잡혀서 쫓기듯이 정신없게 살고 있다. 삶이 때론 이렇게 나조차 잃어버릴 정도로 휘몰린 듯 사는 때가 있다는 걸 실감한다.
어쩜 그동안 잘 살아왔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늘 무언가를 할 때는 온갖 정성과 열정을 다 쏟아내듯 하는 성격이다 보니 어영부영은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속 시원하게 쟁취해서 높게 쌓아놓지 못한다. 그냥 손해가 아닐 정도로 취득을 할 뿐이다. 모질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지독히 냉정한데 타인에게 냉정하지 못하다. 그러니 열심히는 살아왔는데 태산같이 쌓아 놓은 게 없다.
아, 쌓아놓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남아있다. 돈은 놓쳐도 사람은 안 놓친다. 신문선 축구 해설가의 해설처럼 공은 놓쳐도 사람을 놓치면 안 되는 것처럼 사람은 전국도 쳐에 내 이름 석자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은 넘쳐난다.
물론 섭섭이 때문에 등 돌리고 있는 고객님들도 있겠지만 대체로 사람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오묘한 가을도 바쁘기만 하다. 그 좋아하던 책도 한 줄 못 읽고 사진 한 장 못 찍고 글조차 쓰는 것도 어렵다. 그렇게 바쁜 시간들이 흐른다.
무려 7년을 쓰던 글조차 손에서 멀어질 정도로 나는 지금 정신없다. 그런데도 잊지 않고 하는 게 있다. 책은 못 읽어도 욕심은 있어 서점에는 자주 간다.
어제도 단골서점에 가서 두 권을 골랐다. 언제 읽을지는 모른다. 지금 하는 신묘한 일들이 꽃 펴서 아주 재미나게 종식되면 시간이 날지도 모른다.
올 전반기에 산 책들은 그래도 얼추 읽었다. 중반기부터 못 읽은 책들이 누적되어 간다. 시월말에 내 생의 세미나를 위해 이박사일을 제주도를 간다. 그때 책을 싸 들고 가 오고 가는 비행기 속에서 실컷 읽을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야 편도 한 시간이지만 책 한 권 절반을 읽을 시간이다. 아주 오롯한 독서시간이라 매우 기쁘다. 오묘한 가을을 신묘하게 읽고 가는 어린 왕자가 자꾸만 멀어지는 지구별 독서여행을 다시 꿈꾼다.
오늘은 꿈이 있는 청주에서 머물렀다. 징검다리 연휴지만 나는 몹시도 많은 스케줄들이 토막토막 줄 서있는 형국이다. 그 좋아하는 가을 드라이브도 못 떠나고 일에 붙잡혀 있다. 블로그에 카테고리가 서너 개 있고, 유튜브 채널들도 잘 진행되고 있다. 크루즈 여행도 이제 자릴잡아 가고 있어 전설의 크루즈 여행 길잡이 책과 영상도 많이 만들어야 하는 가을이다. 많이 읽고 경험해야 주옥들이 주렁주렁할 건데 너무 바쁘다. 지구별에서의 독서를 건너뛰게 될까 걱정이다.